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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다윗의 유혹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다윗은 우리에게 신앙의 여러 측면을 일깨워 준다. 그는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하나님을 철저히 신뢰한 예배자로서, 믿음의 실천자로서 본이 되었다. 그러나 밧세바와의 일은 아무리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도 실족할 수 있다는, 결코 자만할 수 없는 우리의 죄인 된 모습을 깨닫게 한다. 아름다운 여인의 유혹은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된 중년의 남자들에게는 면역력이 약할 때 찾아오는 감기처럼, 주의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교통사고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다. 그래서 성경은 다윗을 통해 이 위험성을 신호등의 깜박이는 노란불처럼 경고해 준다.
어느 봄날 전쟁터에 있지 않고 후방에 남아 잠시 여유를 즐기던 다윗이 충신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의 벗은 몸을 본 순간 정욕에 사로잡혀 밧세바를 범하고, 이를 은폐하고자 우리아를 죽게 만드는 살인죄를 범한다. 이것은 유혹을 못 이긴 다윗의 아픈 이야기이지만 왕의 사랑을 다룬 흥미로운 소재이기에 그림으로 많이 그려졌고, 연극이나 음악 또는 시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대부분의 화가들은 이 주제를 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이나 밧세바의 목욕 장면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성경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던 유대인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은 이 주제를 색다르게 묘사해 우리의 눈길을 끈다.
왼쪽의 그림은 다윗과 밧세바를 한 얼굴의 양면으로 함께 그린 것이 특이하며 새롭다. 이러한 처리는 얼굴을 여러 면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묘사하는 피카소의 입체적 기법을 응용한 듯 보이나 의미는 다르게 느껴진다. 이는 다윗 안에 있는 양면성, 나아가 인간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다윗 안에 있는 두 얼굴, 선과 악 그리고 이미 마음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인 밧세바를….
한편 오른쪽 그림은 수금을 타는 다윗을 중심으로 그가 왕으로 통치했던 예루살렘 성과 백성들이 멀리 보이고, 서로 껴안은 두 남녀가 구름이 떠 있듯 그려져 있다. 다윗은 왕관을 쓴 임금이기는 하지만, 피에로처럼 붉고 강렬하며 화려한 무늬의 옷을 입고 수금을 타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오히려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하늘의 천사를 응시하는 눈빛은 애잔한 슬픔마저 느끼게 한다. 나단 선지자를 통해 책망하시는 하나님 앞에 곧 깊이 참회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한 정직한 겸손함의 눈빛….
침상을 적시는 눈물의 회개와 하나님의 용서가 있었지만, 이후에 다윗은 뼈아픈 죄의 대가를 치른다. 밧세바에게서 얻은 아이를 일주일 만에 잃었을 뿐 아니라, 암논과 다말 사건, 압살롬의 복수 그리고 이어지는 압살롬의 반역 등 칼의 전쟁이 계속되어 죄의 삯은 사망이요, 관계의 파괴임을 깊이 깨닫는다.   
우리는 언제나 유혹 앞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자만하지 말고 늘 깨어 주님 앞에 겸손히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편 51편에서 다윗이 고백한 것처럼 “주님, 우슬초로 나를 정결하게 하소서. 나의 죄를 씻어 주소서.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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