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바다의 샘에 들어가 보았느냐? 네가 눈 곳간에 들어갔었느냐? 우박 창고를 보았느냐? 산염소가 새끼 치는 때를 네가 아느냐?”(욥 38~39장)라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물으신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와 권능 앞에 다윗의 고백처럼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 8:3~9) 라고밖에는 우리의 말로 그 크신 위엄과 영광을 표현할 수 없다.
화가들이야말로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오래전부터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자 했을 것이다. 중세에는 둥근 지구를 놓고 컴퍼스와 같은 도구로 재가며 궁리하는 모습으로 하나님을 표현했다. 그 후 르네상스 시대에 하늘 위 구름을 타고 강한 팔과 손으로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모습으로 하나님을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시도는 매우 획기적이고 새로운 것이었다.
왼쪽 그림은 르네상스 이후 매너리즘 시대의 베니스 출신 화가인 야코포 틴토레토(Jacopo Tintoretto, 1518~1594)의 작품이다. 하나님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손가락을 뻗어 각종 새들과 물고기들에게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듯 몰고 가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강렬한 색채와 운동감은 르네상스기의 안정감과 밸런스를 넘어서서 박진감 넘치는 매너리즘 식의 표현을 잘 보여 준다. 자연 만물을 지으실 뿐 아니라 강한 힘으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권능이 실감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틴토레토의 화풍에는 베니스 출신 화가이자 그의 스승이었던 티치아노의 가르침과 미켈란젤로의 영향이 많이 드러난다. 그는 성화뿐 아니라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 그리고 역사화나 초상화를 다양하게 그려 르네상스기 이후 회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한편 한국의 현대 작가인 유성숙은 하나님의 창조를 새로운 현대적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나님의 큰 손 안에 하늘과 구름과 강, 해와 달, 과일나무와 꽃들, 강아지와 물고기, 작은 애벌레, 무지개, 춤추며 즐거워하는 남녀가 마치 따뜻하고 아름다운 낙원에 있는 모습으로 담겨 있다. 큰 손과 둥근 지구,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나무줄기, 그리고 해와 달 등이 모두 다양한 음영 속에 잘 어우러지며, 자세히 보면 사물 하나하나가 매우 정겨우면서 짜임새 있게 잘 표현되어 있다. 현재 유성숙이 주로 하는 작업은 그리스도의 향기를 작품화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세계를 상징하는 둥근 원형이나 꽃을 중앙에 두고 그리스도인을 상징하는 금가루를 많이 뿌려 세상으로 예수님의 향기가 퍼져 나가기를 고대하는 작가의 열망을 담고 있다.
온 우주 만물 가운데 가장 존귀한 자로 나를 만드신 하나님께 드릴 나의 고백은 이것이다. “주님만을 사랑합니다. 주님의 향기 되어 이 세상 가득 주님의 사랑을 전하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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