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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성령이여 임하소서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예수님이 승천하신 후 오순절에 마가의 다락방에 함께 모여 있던 성도들에게 성령이 임했다. 부활하신 후 40일간 제자들과 함께하시면서,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주님이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고 하셨던 그 약속대로 말이다.
“홀연히 하늘로부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가 있어 그들이 앉은 온 집에 가득하며 마치 불의 혀처럼 갈라지는 것들이 그들에게 보여 각 사람 위에 하나씩 임하여 있더니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를 시작하니라.”(행 2:2~4)
 하늘로 높이 바벨탑을 쌓아 하나님 대신 자신의 이름을 내고, 흩어져 이 땅을 다스리는 대신 한곳에 모여 안주하려는 인간들을 ‘언어를 혼잡케 함’으로 흩으셨던 하나님이 오순절 성령 강림을 통해 다시 하나 되게 하시는 놀라운 은혜를 주신 것이다. 많은 화가가 성령 강림을 다루었는데 여기서는 보다 개성 넘치게 표현한 20세기 표현주의 작가 에밀 놀데와 일본인 화가인 와타나베 사다오의 작품을 보고자 한다.
에밀 놀데(Emil Nolde, 1867 ~1956)는 독일의 놀데 지방 출신으로, 강렬한 채색과 독특한 형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서는 화가이다. 왼쪽 작품은 상기된 모습으로 입을 벌려 기도하는 모습이 다소 거친 듯한 생동감으로 그려져 있는데 강한 채색과 질감을 활용하여 표현주의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머리 위에는 모두 불꽃이 하나씩 꽂혀 있는데 이것은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들이 임했다는 성경 말씀을 그의 해석대로 표현한 것 같다. 머리 위의 불꽃, 홍조 띤 달아오른 뺨의 붉은색과 테이블과 얼굴들의 노란색이 강렬한 대조를 보인다.
한편 기독교 주제의 판화 작품을 주로 했던 일본의 와타나베 사다오(1913~1996)는 다양한 주제의 작품을 성경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일본인의 외모와 일본인의 복장으로 표현한다. 복음이 널리 전파되지 못한 일본에서 성화의 자국화(自國化)를 통해 성경 말씀이 일본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애쓰는 그의 노력이 참으로 감사하다.
오른쪽 작품에서 제자들은 모두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위를 쳐다보고 있다. 에밀 놀데 작품의 무겁고 투박한 표정과는 사뭇 다르며, 놀라움 가운데서도 표현을 절제하는 일본인들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머리에 불꽃을 하나씩 달고 있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정교하게 표현된 손과 팔의 동작과 의자에 앉는 대신 무릎을 꿇고 위로부터 임하시는 성령님을 기대하는 모습이 놀데의 작품과 비교된다. 한 성령님이지만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떻게 다르게 경험되는지를 두 작품을 통해 다시금 볼 수 있다. 
성령 강림은 우리 모두에게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이며, 세상에서 주님의 증인 된 삶을 담대히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나도 예전에 목사님들과 함께 마가의 다락방에서 뜨겁게 기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모이기를 힘쓰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쓰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는 은혜(행 2:46~47)가 한때의 경험이 아닌 오늘도 현재진행형으로 경험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 jungheeha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