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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7월

도시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도시는 세속적 욕망과 타락의 상징으로 이해되었으므로 종교 화가들은 도시를 화폭에 잘 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도시를 ‘롯이 선택한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곳으로 여기기보다, 우리의 주거와 생활공간으로서 날마다 친밀하고 따뜻한 관계들이 만들어지는 생명의 장소로 새롭게 보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도시를 화폭의 주요 소재로 삼아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있어 주목된다.
왼쪽 작품은 김주철의 <요코하마>로, 자신이 특별하게 느낀 일본 요코하마 시의 인상을 표현한 것이다. 요코하마는 일본에 최초로 개신교가 전래된 의미 있는 도시다. 이곳에는 1872년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개신 교회인 해안교회가 아직도 있다. 언더우드나 아펜젤러 선교사도 한국에 도착하기 전, 먼저 이 항구로 들어왔다. 즉, 요코하마는 평범한 항구도시가 아니라, 19세기 말의 네압볼리(바울이 유럽에 처음 도착한 도시)와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요코하마를 특별히 사랑하는 김주철은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개입에 깊은 감격을 느끼며, 이 도시를 여러 번 탐방하고 거닐었다고 한다. 동아시아에 개신교가 들어왔던 최초의 관문인 이곳에는 100년이 넘은 지금도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배들로 분주하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의 계획들이 하나하나 이루어지고 있으리라. 그의 작품은 무수히 많은 여러 색점(色點)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에 의한 시각을 중시하던 이전의 점묘주의와는 다르게 철저히 그의 감각과 신앙에 따라 부여된 주관적인 내면의 표현을 통해, 밝고 시원하며 이상화된 사랑의 도시로 변모한다.
오른쪽 작품은 도시에 대한 또 다른 작가의 신앙 표현이 담겨 있다. 이경림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도시의 풍경을 주제로 삼는데, 그녀에게 어느 곳이라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어느 곳이든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땅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에 표현된 한 건물 한 건물이 한 개인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아름답듯이, 작가는 각각의 건물을 통해 우리 개개인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오른쪽 작품은 서울의 중심가를 그린 <서울풍경>이다. 분수대와 백화점, 한국은행 그리고 남대문으로 길게 뻗은 길은 모두 실제의 경치이지만, 그것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분수대와 길 위에 뿌려진 꽃들, 그리고 골판지 조각으로 만들어진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작가에 의해 어느덧 모두 하나님의 사랑이 덧입혀진 환상의 세계로 아름답게 바뀌어 있다. 시끄러운 차들과 분주한 사람들 대신에 길 위에 누운 꽃가지들로 도시는 오히려 동화 속 세계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진다.

두 작가에게 있어서 도시는 더 이상 욕망과 타락의 땅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사랑을 주고받는 은혜와 축복의 땅이다. 장소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누가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어디든 하나님의 도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품을 때 “거리마다 기쁨으로 춤을 추게 되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백두에서 땅끝까지 주의 사랑 넘치네”라고 노래하게 될 것이다.


- jungheeha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