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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8월

나사로야 나오너라!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예수님은 공생애 사역 중 병든 자를 많이 고치셨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죽은 자까지도 살리시는 엄청난 기적을 행하셨다. 회당장 야이로의 열두 살 난 외동딸과 나인 성 과부의 외아들을 살려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에는 베다니 마을의 마르다, 마리아의 오빠 나사로를 살려 주셨다.
죽은 나사로를 살리신 예수님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 11:25~26)라고 말씀하셨다. 나사로의 죽음은 곧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무리로 하여금 믿게 하며, 그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예표하는 이 사건은 화가들이 즐겨 다루는 주제 중 하나다. 렘브란트를 비롯해 여러 작가가 이 주제를 표현했는데, 여기서는 프라 안젤리코의 작품과 한국의 현대 작가인 김병종의 작품을 보고자 한다. 시대적 간격이 크고 표현 방법도 많이 다르나, 모두 회화적인 미(美)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인간에 대한 주님의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르네상스의 초기 작가인 프라 안젤리코(약 1400~1455)는 수도원의 수사이면서도 성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작가였다. 그의 작품의 진지함과 경건함은 당시에도 정평이 나 있었다. 여기에 소개된 그의 작품 역시 배경과 인물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여 균형 잡힌 차분함과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또한 수의를 입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나사로와 손을 뻗어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가운데 앉아 있는 마르다와 마리아, 왼쪽의 인물들과 오른쪽의 제자들 모두 마치 우리가 그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근심하거나 놀라는 표정으로 묘사되었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이며 경건한 느낌을 잃지 않고 있다. 예수님의 푸른 옷, 붉은색과 금색 옷 색깔의 조화와 짙은 갈색 동굴의 색감은 이 그림에 생동감을 더해 주면서도 말씀의 위엄과 능력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 한국 현대 작가인 김병종 교수의 작품은 표현이 파격적이다. 주위의 여러 인물을 모두 제하고 오직 예수님과 동굴만을 부각한다. 죽은 나사로는 아직 동굴 속에 있지만, “나사로야 나오너라!”라는 예수님의 큰 외침만을 듣게 하려는 듯이 말이다. 반추상화된 표현 속에 오히려 메시지가 강력하게 전달된다. 동굴 같은 어두운 세상,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예수님 한 분뿐이요, 그분의 말씀뿐임을….
우리는 모두 두려움과 슬픔, 피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오직 나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만이 나를 살리실 수 있음을 믿고 기다리는 죽은 나사로와 같은 자들이 아닐까? 가장 큰 절망에서 우리는 오히려 가장 큰 희망을 찾게 된다. 죽음이 끝이라고 절망하는 우리의 인생 가운데 죽음을 말씀으로 이기시고 생명으로 살려 내시는 주님의 부활의 능력이 날마다 경험되고 선포되기를 기도한다. 그래서 오늘도 오직 주님의 은혜로, 주님의 사랑으로 “풀어놓아 다니게 하라!”라는 말씀이 나를 살게 하는 능력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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