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마음은 어느새 높은 하늘로, 미지의 먼 미래로 조용히 날아오르게 된다. 성경에 나온 별을 보면, 하나님이 노년의 아브라함을 데리고 나가 밤하늘의 뭇별들을 보여 주며 후손을 약속하실 때, 예수님이 태어나실 곳으로 동방박사들을 인도하실 때 등 별을 보는 자들을 통해 그의 계획과 약속을 나타내신다. 다윗은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시 8:3)라며 주의 아름다우신 이름을 찬양했고, 이해인 수녀는 “그래서 사랑할 땐 우리도 별이 되고, 이미 별나라에 들어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반 고흐는 파리에서 아를로 내려와 론 강가를 거닐며 밤하늘의 빛나는 별들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동생 테오에게 보낸다. “별들은 알 수 없는 매혹으로 빛나고 있지만 저 맑음 속에 얼마나 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는 건지, 두 남녀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린다…나를 꿈꾸게 만든 것은 저 별빛이었을까? 고통스러운 것들은 저마다 빛을 뿜어내고 있어. 별은 심장처럼 파닥거리며 계속 빛나고,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반 고흐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인도 전도사까지 되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늘 기독교적인 시각과 감성이 묻어난다. 짙은 코발트블루의 신비한 밤하늘에 물감을 짜 얹어 보석처럼 도드라지게 표현한 노란빛 북두칠성과 별들, 그리고 검고 푸른 강에 은은히 비치는 노란 가스 등의 일렁이는 빛의 물결은 변함없는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우리 삶의 화답처럼 느껴진다. 밤하늘과 강변의 경치를 통해 그의 외로움과 고통을 슬프도록 아름다운 세계로 승화시키는 그의 꿈이 보이는 듯하다.
위의 작품 <별밤 낚시>는 하늘의 별들이 땅 위 연못 속에 내려와 있고, 그 주위에 둘러앉아 낚시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이 별들은 저마다의 꿈을 나타낸다.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던 추억도 희미해져 가고 꿈을 꾸는 것도 무모해 보이는 각박한 시대에, 서로 마주보며 꿈들을 길어 올린다는 것은 얼마나 따뜻하고 즐거운 것인가! 이것이 바로 기쁨의 경지가 아닐까?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잊혀진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 되살아나고, 평온한 마음으로 꿈을 꾸는 어린 왕자가 된 느낌이 든다.
이서미의 동화와 같은 천진난만한 꿈의 작품세계는 작가가 주일학교 교사를 오래하는 동안 아이들과의 친밀함과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제로 별을 길어 올리는 연못은 화면보다 조금 낮게 위치하며 천천히 빙글빙글 회전하며 돌아간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따지지 않고 믿으며, 꿈을 꾸는 어린아이들처럼 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작품이다.
반 고흐는 별빛을 통해 ‘내재하는 고통’을 보았으며, 이서미는 별을 통해 ‘꿈을 보며 별을 낚듯이 우리가 꿈을 낚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고 있다. 별은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보여 주시는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이며,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꿈과 약속이다. 고통 속에 있던 반 고흐에게 꿈이 되었던 별들, 꿈을 잃어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의 낚싯대를 드리우게 하는 이서미의 연못 속의 별들이 오늘도 우리 곁에서 구원과 소망으로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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