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루터의 종교개혁을 측면에서 지원한 인물들이 많이 있는데, 화가 중에서는 루카스 크라나흐(1472~1553)가 대표적이다. 그는 선제후 현명공 프리드리히의 궁정화가로서, 루터의 개혁 취지에 찬성하면서 루터를 위해 여러 가지 작업을 하였다. 그의 초상화를 그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새로운 신앙 이념을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그림들이 많이 있지만 비텐베르크 성당에 봉안된 제단화는 특히 루터의 새로운 예배형태를 묘사한 것으로, 개신교의 개혁정신을 잘 드러낸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제단화에는 이전의 여러 가지 주제 중에서 4가지가 채택되었는데, 그것은 세례, 신앙 고백, 최후의 만찬을 통한 성찬식, 설교 등이다. 그 중에서도 하단에 있는 설교는 의식 중심의 가톨릭과 대비되는 것으로 개신교의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하단의 중앙에 있는 십자가상은 개신교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 은혜의 핵심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상단의 가운데에는 성찬식이 있는데, 여기에 루터가 제자들과 같은 반열에서 식사를 하고 있으며, 또 고개를 돌려 회중에게 잔을 돌려주는 모습은 평신도 또한 동등한 위치임을 보여 준다. 이전의 사제들이 회중과 격리되어 지존한 상태로 존재했던 것에 대한 비판적 태도이다. 성찬식에 대해서는 빵과 포도주에 그리스도가 들어가 있는가 없는가가 논란의 요지이기도 했는데, 이 그림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루터는 아직 그리스도가 들어가 있는 쪽을 지지하고 있으나 이후의 쯔빙글리와 같은 이들은 수사적인 표현일 뿐 실제로는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교파가 갈라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주제 또한 개신교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중앙에 그려진 것이다.
오른쪽에는 신앙고백이 있는데, 여기에 그려진 것은 비텐베르크의 시장인 요하네스 부겐하겐이 루터에게 고해를 하기 위해 서 있는 장면이다. 열쇠를 들고 서 있는 그는 이와 같이 공개적인 죄의 고백을 통하여 죄 사함을 받아 주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가톨릭은 이러한 것에 더하여 선행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나, 루터는 믿음에 의한 고백을 통하여 죄 사함이 이루어진다고 보았기에 이 또한 가톨릭과 대비되는 측면이다.
왼쪽의 세례는 아이에게 주어지는 것인데 아이에게 세례를 주는 것도 당시 논란의 대상이었다. 아이에게 주는 세례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과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견해가 충돌한 것인데, 루터는 후자 쪽이었다. 이와 같이 당시 가톨릭과 다른 개신교 사이에 논란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이 이 제단화에 묘사되어 있다. 이후에 이러한 주제들은 대개 개신교 교리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 루터에 의해 그 이론적 바탕이 다듬어지게 되었다. 또 크라나흐에 의해 이미지화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그 의미가 쉽게 잘 전달될 수 있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또한 그들이 꿈꾸었던 교회를 건강하게 이어가며 신앙의 유산들을 다음 세대에게 잘 넘겨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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