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중국에 경교가 유입된 것은 당대로, 이는 원대까지 지속되었다. 하지만 명대 전반기에 잠시 단절되었다가 말기에 가톨릭의 예수회 선교사들이 입국하면서 다시금 중국 전역에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개신교는 청 말기인 1807년에 로버트 모리슨이 도착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허드슨 테일러의 노력으로 내지까지 선교가 가능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많은 개신교 선교사들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1949년 중국이 공산화될 당시에는 교회가 전국 2만여 개에 이르렀고, 세례교인은 80만 명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교회들은 지하로 숨어들게 되었고, 외관상으로 정부의 허락하에 모임을 갖는 삼자(三自)교회를 통해 겨우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삼자는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을 표방하는데, 실제로는 정부의 묵인하에 진행되는 국가를 위한 종교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의 기독교는 공개적으로 합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독교 미술도 그다지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작품의 양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참신한 작품을 접할 수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북경에서 부활절과 같은 시기에 기독교 미술로만 이루어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고무적이다. 올봄 북경에서 열린 부활절 기념 전시회에 출품되었던 작품들 가운데 두 점을 골라보았다.
왼쪽 그림은 밤하늘의 별이 베들레헴의 예수님이 탄생하신 곳을 비추고 있는 장면인데, 장소가 이스라엘이 아닌 중국 땅의 모습이다. 그리고 붉은 옷을 입고 그곳을 가리키는 두 중국인은 아마도 동방박사를 표현한 듯한데, 중국 특유의 모자를 쓰고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배경에 중국의 변방을 그린 것은 마치 이스라엘의 황량한 광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는 20세기에 많이 유행하였던 성화(聖畵)의 자국화가 시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활수생령(活水生靈)>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위의 그림은 연작 형태로 이루어진 대작이다. 이 그림의 내용은 예수님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신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는 메시지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산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과 그 속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장면을 화면 중앙에 배치하여 안정감을 주고 있다. 그리고 각 화면에는 예수님의 생애 가운데 주요 순간들이 여러 장면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이어지듯 그려지고 있어, 이를 통해 성령이 생명수 강처럼 모든 것을 살리는 내용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전시회에 출품한 중국 화가들은 주로 수묵이나 수묵 채색 기법으로 성화를 그려 자신들의 독특한 전통 문화를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역과 같은 변방의 소수민족들이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을 그려 순수하고 원초적인 순결함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도 주님 안에서 그와 같이 순결하고 깨끗해지기를 소망하며, 생명수 말씀의 강이 중국의 구석구석까지 흘러 생명의 예수님으로 인해 모두가 기뻐하며 소망을 가질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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