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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단절을 넘어 화해로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인간의 타락이 극심했을 때 하나님은 대홍수를 통해 인간을 심판하셨다. 하지만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은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게 하여 그의 가족들을 통해 새로운 인류 역사를 만들어 가게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 센 인간은 타락하여 결국 그분의 아들을 십자가에서 죽게 하기까지 하나님께 불순종했고, 예수님의 완전한 순종을 통해서 하나님의 끊임없는 사랑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이어져 가고 있다.
홍수 심판 이후 하나님은 노아의 가족에게 복 주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 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의 언약의 증거니라”(창 9:13)고 하시며 다시는 홍수로 세상을 멸하지 않으시겠다는 언약을 하셨다. 하나님 스스로 우리와 약속을 하심으로써 죄로 인해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 주셨다.
이러한 내용이 여러 작가에 의해 작품으로 구현되었는데, 대표적으로 샤갈의 <노아와 무지개>라는 작품과 박희숙의 <A tempo>와 같은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샤갈은 노아가 ‘안위함’이라는 그의 이름이 의미하듯 화면 아래쪽에 편안하게 누워 있고, 그 위로 흰 무지개가 솟아오르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무지개 위로는 노란 옷을 입은 천사가 축복을 하고 있다. 무지개의 일곱 빛깔은 화면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모든 빛의 색깔들이 모이면 흰색이 되듯 무지개를 하얗게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크게 보아 노아의 오른쪽에는 아담과 이브 그리고 하늘을 나는 사람과 같이 행복한 모습이 그려졌고, 왼쪽에는 추락하는 인간들과 울부짖는 군상들의 모습이 대비되고 있다.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느냐 따르지 않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완연히 나누어진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진정한 평안을 누워 있는 노아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상단의 하얀 무지개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이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화해의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비해 박희숙의 <A tempo>는 이보다 훨씬 더 추상화된 표현인데, 붉은 색의 천이 포개지면서 캔버스를 감고 있고, 그 사이로 굵은 점들이 찍혀 있다. 작가에 의하면 ‘a tempo’는 음악에서 본래의 박자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우리의 본래 모습 즉 깨끗하고 순수한 상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검은 색은 우리의 죄악상을, 붉은 색은 주님의 보혈로 우리가 구원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서 감은 천은 주님의 안아 주심을 상징한다. 또 겹치면서 생긴 선은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성전의 휘장이 찢어졌던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즉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이 무너지는 것이다. 또한 굵은 점은 우리의 기도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상징하여 주님의 보혈과 우리의 기도로 단절이 회복되는 것을 표현했다. 작가는 각기 다른 색으로 된 이와 같은 형태의 일곱 작품들을 모아 <무지개>를 표현하기도 했다.
죄 많은 우리는 오직 주님의 끝없는 사랑이 있기에 죽음에서 영원한 생명으로, 용서를 통해 단절에서 화해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두 작품을 통해 단절의 아픔을 떠나 하나님과의 화해로 나아가는 은혜의 기쁨을 보다 시각적으로 확연히 느낄 수가 있다. 이러한 것이 어쩌면 성화가 가질 수 있는 강한 시각적 효과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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