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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하나님이 세우신 마지막 사사 사무엘

과월호 보기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이스라엘의 사사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왕정시대를 여는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가 사무엘이다. 그는 아기를 갖지 못하던 한나가 하나님께 기도하여 얻은 아들로, 새로운 왕정시대를 시작하며 하나님이 준비하신 위대한 인물이다.
사무엘이 자라던 시기는 엘리 제사장의 영적 둔감함과 그의 두 아들의 악행으로 이스라엘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가려졌던 시기이다. 심지어 언약궤를 블레셋에 빼앗기기까지 하는 큰 위기의 때였다.
이러한 난국에서 사무엘은 하나님의 선지자로서 왕위에 오른 사울에게 기름을 부었고, 또 그가 잘못했을 때는 하나님의 책망을 전하기도 했다. 노년에는 이스라엘의 가장 영광스런 시대를 열었던 다윗에게 하나님의 뜻에 따라 기름을 부었다.
그는 하나님 말씀에 늘 순종했고 건실한 태도를 가져 참 선지자의 모습을 보였다. 다윗 못지않게 하나님과 함께했던 인물이며, 위기의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기 위해 하나님이 준비하셨던 신실한 종이었다.
네델란드의 화가 얀 빅토르스(Jan Victors, 1619~1676)는 평생 성화만을 그렸던 작가인데 그에 의해 사무엘이 여러 번 그려졌다. 얀 빅토르스는 렘브란트의 제자로 경건한 기독교 주제뿐 아니라 인간 감정의 섬세한 면을 잘 포착해 그리는 작가였다.
오른쪽의 <한나가 사무엘을 엘리에게 바침>이라는 작품은 사무엘서 앞에 나오는, 한나가 서원한대로 아들을 하나님께 드리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귀여운 아이 사무엘과 경건한 한나를 중앙에 두고 오른쪽에 화려한 옷을 입은 엘리를 배치하고 있으며, 왼쪽에 아버지 엘가나를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모습으로 표현함으로써 구도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중요 인물을 크고 밝게 그리고, 주변을 어둡게 처리하는 렘브란트 방식의 회화 표현이 엿보인다.
위쪽의 <기름 부음 받는 다윗>은 사무엘이 늙어 사울의 뒤를 이어 새로운 왕이 될 다윗에게 기름 부음을 행하는 순간이다. 엘리 제사장의 축복을 받던 어린 사무엘이 이제는 어린 다윗에게 기름 붓는 큰 선지자가 된 것이다. 형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을 치다 돌아온 다윗이 겸손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고, 사무엘은 위엄 있게 기름 뿔병을 들고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에는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던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라”는 언약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늙은 사무엘과 어린 다윗은 모두 하나님이 준비하신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신실한 종들이었다. 그들의 출신은 평범하였으나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이스라엘 역사에 큰 역할을 하는 중심인물이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크게 사용하신 것이다.
성경에는 사무엘이 라마에서 죽어 그곳에서 장사되었다고 기록했는데(삼상 25:1) 현재 라마에 있는 한 회교 사원 지하에 이 사무엘의 묘가 있다. 사원의 사진에서 보듯이 사무엘은 단지 기원전 11세기에 활동했던 전설적인 인물이 아니라 현재에도 그 무덤이 전해지고 있는 인물이다. 기도로 출생했고 위기의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뜻을 전한 사무엘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신앙의 선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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