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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십자가에 담긴 다함없는 사랑『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로완 윌리엄스)

과월호 보기 박주성 대표총무(국제제자훈련원)

 누가복음을 묵상하는 이번 달에는 고난주간이 포함돼있다. 사실, 예배 장소에 고난의 상징인 십자가를 두는 것은 오늘날로 말하면 교회에 전기의자나 단두대가 들어와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처음 두 세기까지 성도들이 교회에서 십자가를 봤을 때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십자가는 고통과 굴욕, 수치의 상징이었다. 또한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여겼던 로마 제국의 힘을드러내는 상징이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왜 십자가라는 고문 도구를 신앙의 중심에 두는 것일까? 십자가 이전에는 기독교가 없었기 때문이다(37쪽). 또한 십자가는 ‘하나님이 이행하시는 제사’이기 때문이다(75쪽). 제사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평화 조약을 체결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하나님이 이행하시는 제사인 예수님의 죽음은, 개인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모으기 원하시는 공동체 전체를 위한 ‘구조 작전’(43쪽)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 주신 ‘생명’ 혹은 ‘피’라는 선물은 한 개인 혹은 백성 전체의 죄나 질병, 무질서를 덮어주는 값비싼 선물이기 때문에(40-41쪽), 예수님의 제사는 순종의 제사가 된다. 그분은 매 순간 마음을 하나님께 드려, 방해받을 일 없이 마음껏 하나님이 자신을 통해 일하실 수 있게 했다. 매 순간 예수님은 율법을 완성하셨다. 유대교 용어를 빌리자면,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에 하나님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마음을 하나님께 드리면서 제사를 드렸다(47쪽).
예수님의 순종은 성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지켜보고, 성자 예수님이 ‘재연한 것’이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고 그대로 하신다고 말한다(요 5:19, 50쪽). 이처럼 로완 윌리엄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대해 ‘함께하심’으로 재해석하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 사건을 전해 준다.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을 승리자요 자유자로 묘사한 일은 단순히 경건한 비유 정도가 아니라, 고정관념을 박살내는 막강한 개념이었다(67쪽).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뒤따르는 우리도 이 세상의 고정관념을 박살내는 막강한 제자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순종하는 가운데 하는 행동은 그분의 행하심을 보여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