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희용 성도
언제나 수련회에 가면 은혜로웠다. 수련회에 가서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느슨해졌던 내 신앙의 허리띠를 다시 한 번 바짝 조일 수 있었다. 뜨거운 회개와 함께 그리스도의 신실한 제자로 살아가겠다는 굳은 결단의 시간도 가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천국과도 같았던 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낙심하기를 반복했었다.
수련회를 주기로 회복과 좌절을 반복하자, 과연 나 자신이 제대로 된 그리스도인인지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리더로 섬기고 다양한 자리에서 봉사도 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일상에서 내 삶은 믿지 않는 친구들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전혀 없는 쭉정이와 같은 모습. 어쩌면 나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 가운데 자리 잡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정체된 상태로 머물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내 영혼을 붙잡아 달라며 주님께 기도하던 중, 주님은 한 가지 생각을 머리에 스쳐가게 하셨다.
평상시 수영장에 가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계셨다. 천천히 헤엄치시는 그분들과 같은 레인에 들어서면 내 마음대로 속도를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러 옆 레인에서 빠른 속도로 수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이내 지쳐 쉬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분들은 결코 쉬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하루에 열 바퀴를 도는 게 고작이었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거리를 헤엄치셨다. 혈기만 가득했던 나는 속도는 빨랐지만, 오랫동안 수영으로 다져진 그분들의 기초체력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신앙도 마찬가지야. 수련회는 보양식이지, 평소에 먹는 밥심이 부족한데 어떻게 영적으로 건강할 수 있겠니.”
그 이후 나는 영적 기초체력을 쌓기 위해 ‘큐티를 주님께서 하루하루 주시는 만나’라 여기고 열심히 붙잡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인물의 행동에 대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반응하시는지 꼼꼼히 살피며 나에게도 바뀌어야 할 모습은 없는지 매일 조금씩 점검하며 돌아보게 됐다. 그렇게 큐티 시간을 통해 내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발견하려는 습관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자, 그동안 날 힘들게 했던 ‘내가 진짜 하나님의 자녀인가’라는 의심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오히려 큐티 시간은 나를 조금씩 자라나게 하시는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하루하루 말씀을 통해 나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세상 사람들이 알 수 없는 영혼의 풍족함을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