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선희(서울 관악구 신림동)
우리 신앙이 어떤 상태인지, 자신의 큐티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몇 년 전에 사용한 큐티책을 살펴보니 낙서장처럼 새까맣게 적어 놓은 곳이 있는 반면, 백지로 놔둔 곳도 군데군데 많이 보였다. 당시 내 신앙 수준은 그만큼이었던 것이다.
큐티는 내게 참 낯설었다. 처음에 어떤 큐티책을 샀는데 일주일 하기도 힘들어서 ‘이럴 바에는 그냥 성경으로 묵상하자’라고 결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경을 꾸준히 읽은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내 영적 상태는 말 그대로 ‘메마른 땅’이었다. 땅이 쩍~쩍~ 갈라져 이런 땅에 무슨 기쁨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한 선배에게 <날마다 솟는 샘물>을 선물받았다. 출근할 때 잠시 지하철에서 읽기만 하다가, 어느새 밤에 그날의 말씀을 다시 묵상하며 내가 회개하고 고쳐야 할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수준까지 되었다. 힘없이 내리던 빗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어느 순간 소나기가 된 것이다. 날마다 새롭게 부어 주실 말씀이 궁금해지고, 순종해야 할 말씀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경적 지식이 없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하며 답답할 때는 길잡이를 참조한다. 가끔은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전혀 다른 상황 설명에, 다시금 성경적 지식이 짧음을 깨닫고 필요한 책을 찾아 읽기도 한다.
아침에 잠깐이라도 말씀을 묵상한 후 내 삶에 적용하기로 결단한 부분은 회사에서도 꼭 생각난다. ‘좋은 언어를 사용해야지’, ‘나쁜 마음 품지 말고 환한 얼굴로 인사해야지’ 등등. 이렇듯 내 삶이 조금씩 변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말씀이 살아 있고 운동력 있음을 확인하게 되어 즐겁기까지 하다.
말씀 묵상이 끝난 후 민족과 열방을 위해 매일 다른 기도제목으로 간구하다 보니 기도가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 나의 유익만을 위해 기도하지 않고 세계를 마음에 품고 기도할 수 있으니 은혜가 두 배다. 기도의 지경이 넓어지자 교회에서 주관하는 해외선교를 위한 기도회에도 자연스레 참여하게 되었다.
며칠 전, 한 자매로부터 이유 없이 삶이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갑자기 삶이 고달프거나 나태해졌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큐티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아 있는 말씀을 아침마다 만나다 보면, 그 말씀 가운데 살아 있는 나를 발견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의지를 발동해 능동적으로 하나님 말씀 앞에 순종하기 위해 노력하고, 순종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해 주는 것이 큐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귀한 동기 부여를 날마다 더해 주는 <날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