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겠다고 가족과 떨어져 산 지 일 년이 지나고 있었다. 취업 준비생 신분이라 부모님의 도움으로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작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그래서 내게는 집 전체가 골방과도 같았고, 그곳에서의 시간은 권태롭게 흘러갔다.
그때 하루하루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몰라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큐티를 했다. 물론 한 번도 “이렇게 살아라” 하는 응답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그때는 사실 큐티를 통해 ‘응답’이 아닌 ‘답’을 구하는 마음이 더 크기도 했다.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는 상황이었기에, 마음이 가난했던 나는 큐티 속 작은 말씀이라도 붙들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말씀들이 주는 힘은 결코 작지 않았다. 특히 출애굽기를 통해 만난 ‘돌보시는 하나님’은 특별한 위로가 됐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때에 따라 먹이시고 지키셨지만, 불신과 불순종은 용납할 수 없음을 확실히 하셨다. 하지만 다시금 수많은 관계 회복의 기회를 주시며 그들을 광야에서 인도하셨다. 반복되는 그 과정들을 보며,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을 광야가 아닌 자신의 그늘 아래 두고 싶어 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것도, 자신을 잊은 삶을 가장 슬퍼하신다는 것도 알게 됐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조금씩 단단하게 자라가고 있었다. 비록 하나님을 경험했다는 증거로 삼을 만한 큰 사건은 없었으나 하나님께서 나를 내버려 두지 않으실 거라고, 그래서 그분과 함께한 이 시간들이 생각보다 길어진다고 해도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용기 있게 고백할 수 있게 됐을 무렵,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고, 지난했던 시간들을 매듭짓게 됐다.
하나님께서는 억지도, 무리도 없이 인격적으로 내 삶에 관여하시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주인 됨을 고백하게 하셨다. 이런 하나님과의 만남을 <날마다 솟는 샘물>을 통해 지속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 그분이 하셨음을 마음 깊이 깨닫게 하시는 분이었다. 자신의 백성인 우리를 책임지시고 가나안으로 끝까지 이끌어내고야 마시는 하나님께서는 큐티를 통해, 또 내 삶을 통해 깨닫게 해 주셨다. 그분께서 정말 나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