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박원범 목사(사랑의교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계획과 다른 상황을 마주하거나 원하지 않는 길에 서게 됐을 때, 당황스럽고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이 우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이라면 어떨까?
오늘 살펴볼 인물인 구레네 시몬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걷게 된다. 그는 단지 길을 지나가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로마 군병에 의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게 되면서, 그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 사건은 그의 인생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평범했던 시몬
구레네 시몬의 ‘구레네’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유대인 거주 지역을 의미한다. 당시 많은 유대인이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했고, 구레네에 살던 시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방문 목적은 신앙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예사로운 여행이었다. 그러나 그의 삶은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완전히 달라진다.
로마 군병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다가 쓰러지시는 것을 보고, 대신 십자가를 질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순간 길을 지나던 시몬을 봤다. 시몬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구속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평범한 그를 사용하셨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하나님께서는 평범한 사람을 통해서 놀라운 일을 이루신다는 것이다. 나는 시몬처럼 흔한 ‘보통 사람’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뜻 가운데 나를 특별한 도구로 사용하신다.
십자가를 억지로 짊어지다
성경은 시몬이 “억지로” 십자가를 졌다고 기록한다(막 15:21). 당시 로마 군병은 민간인을 강제로 징발할 수 있었다. 또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단순히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을 넘어, 당시 사회에서 극도의 수치와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형벌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십자가는 죄인과 가장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지는 형벌의 도구였기 때문이다. 시몬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일을 맡게 됐고, 이는 그에게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줬다.
그런데 이 순간은 단순히 억지로 강요된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이뤄진 일이다. 시몬은 본의 아니게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게 됐지만, 이를 통해 하나님의 구속 역사의 중심에 서게 된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는 예수님의 말씀이 시몬의 삶에 실제로 이뤄진 것이다. 그는 이 말씀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 됐다.
이처럼 우리 역시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고난과 어려움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 기억해야 할 것은, 고난은 불행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하신 뜻 안에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우리를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가족까지 구속 역사에 동참하다
성경은 시몬을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막 15:21)라고 소개한다. 이는 그의 가족이 초대 교회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음을 시사한다. 또한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루포와 그의 어머니를 언급하며 그들의 신앙적 헌신을 칭찬한다(롬 16:13). 즉 시몬이 타의로 짊어진 십자가는 그뿐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도 영적 전환점이 된 것이다. 시몬은 억지로 십자가를 졌지만, 그의 고난은 하나님의 뜻 안에서 가족을 구원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내 삶의 작은 사건조차 가족과 공동체에 선한 영향을 미치도록 사용하신다. 내가 겪는 예상치 못한 사건과 어려움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는 특별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믿는 십대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