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아데미 신전, 우상의 도시 에베소
에베소는 바울이 2차 전도여행 때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와 함께 와서 복음을 전한 곳이다. 이후 3차 전도여행 중 다시 에베소를 방문해 3년 동안 머물며 활발히 복음을 전했다. 에베소는 로마의 항구 도시로, 상업과 강력한 우상 문화가 발달했다.
그곳에는 고대 7대 불가사의한 건물 중 하나인 아데미(Artemis) 신전이 있었다. 아데미 신전은 에베소의 가장 큰 유적인 사도 바울 사역의 현장(에베소1)과 사도 요한의 교회이자 무덤이 있는 아야솔룩 언덕(에베소2) 사이에 위치한다.
아데미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자녀로, 아폴로와 쌍둥이로 태어난 사냥의 신이다. 그러나 아데미는 아시아 지역에서 섬기던 달의 신, 다산의 여신이던 키벨레와 혼합됐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 본토에서는 아데미를 활과 화살을 든 사냥꾼으로 묘사하고, 에베소에서는 24개의 가슴을 가지고 보름달 모양을 뒤로한 다산의 여신으로 묘사한다.
에베소의 아데미 신전은 주전 570년쯤 리디아 왕국의 사데 왕 크로이소스의 지원으로 너비 60m, 길이 100m가 넘는 거대한 규모로 세워졌다. 이후 아데미 신전은 지진과 고트족의 약탈로 인해 훼손됐으며, 로마가 기독교화되면서 다른 건축물의 재료로 사용되기 위해 해체됐다.
바울이 부흥과 아픔을 경험한 곳
현재 아데미 신전은 들판에 버려진 상태다. 그러나 과거에 이 신전은 바울 전도팀이 감당하지 못할 문화로 이 지역을 덮고 있었다. 바울은 아데미 신전의 우상 문화를 이기기 위해 두란노 서원에서 2년간 매일 말씀을 전했다. 그제야 사람들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났으며, 우상에 매여 마술하던 많은 이들은 책을 불살랐다. 에베소의 영적 부흥은 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쳐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를 세웠다.
이 같은 복음의 큰 부흥은 신상 모형을 만들어 파는 은장색들을 자극했다. 그들은 ‘아데미가 무시당한다’면서 연극장에서 두 시간 이상 ‘크다 에베소 사람의 아데미여!’를 외쳤다(행 19:34). 이 일로 바울은 많은 고초를 당했다.
게다가 바울은 2차 전도여행 때 전도한 고린도에 문제가 있어, 고린도전서를 쓴 후에 고린도까지 심방을 다녀왔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에베소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즉, 에베소는 바울이 큰 부흥과 아픔을 함께 경험한 장소다.
두란노 서원에서 가르친 말씀들
바울은 로마에서 재판을 기다리면서 옥중서신인 에베소서를 기록했다. 에베소서 2장에서 “사도들의 터 위에 세우심을 받아 예수 안에 건물마다 서로 연결해 성전이 돼 간다”(엡 2:20~21)는 말씀은 거대한 아데미 신전의 구조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같이 하여”(엡 5:15)라는 말씀은 두란노 서원 왼쪽에 세워진 ‘소피아’(지혜)상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6)는 두란노 서원 옆 아고라에서 말씀을 가르쳤던 공동체의 추억을 소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