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5년 05월

아브라함의 고향·12지파가 탄생한 하란(창 11장)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아브라함이 살고 야곱이 찾았던 하란

하란은 유브라데강과 발리크강의 합류점에서 북쪽 100km 지점의 넓은 평야 중앙에 위치하는 아브라함의 고향이다.

하란은 밧단과 같은 장소로 여겨진다(창 48:7). 밧단은 ‘밧단 아람’, ‘아람 나하라임’이라 불리는데, 하란이 유브라데와 티그리스 두 강(나하라임) 사이에 있는 평야를 가지고 있어 불린 이름 같다.


 

달 신을 섬겼던 앗수르의 마지막 수도

하란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의 북부 가장자리에 위치해, 유목민의 침략이 많았다. 크게는 헷 왕국과 앗수르, 헬라와 바사(페르시아), 바사와 로마가 이곳에서 끝없이 주도권 다툼을 했다.

특히 앗수르 왕 디글랏빌레셀 1세(주전 1115~1077년)는 성을 요새화하고 ‘신’이라는 달 신전을 건설했다. 하란은 앗수르가 바벨론에게 마지막까지 항전한 장소로 주전 609년에 함락됐다. 그러나 달 신을 섬기던 바벨론은 ‘신’ 신전을 재건하고, 신전의 대사제로 나보니두스왕의 어머니를 세웠다.

에스겔서에서 하란은 두로와 무역을 하는 유명한 상업 도시 중 하나로 언급된다(겔 27:23). 이후 주후 8세기 압바스 왕조가 다스리던 시대에 하란은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더불어 중동의 2대 학문 중심지가 된다.


 

리브가를 만난 야곱의 우물이 있던 하란

하란으로부터 1km 외곽에 ‘야곱의 우물’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다. 아브라함의 종이 이 우물 곁에서 아브라함의 며느릿감의 조건을 놓고 기도했다. 그는 나그네와 낙타에게 물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손님 대접’을 잘하는 여인을 놓고 기도했다(창 24:10~12).

그러나 사실 이는 좀 무리한 기도였다. 하란의 우물은 5m 정도를 내려가야 하는 지하 우물이다. 낙타는 목이 마를 때 120~200리터까지도 마신다. 그러니 낙타 10마리에게 물을 마시게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런데 얼마 후 도착한 리브가는 아브라함의 종에게 물을 줄 뿐 아니라 낙타들에게도 ‘배불리’ 마시게 하겠다고 했다(창 24:19). 그녀는 분명히 영육 간에 강건한 여인이었을 것이다.

 


하란에서 12지파를 탄생시킨 야곱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출발해 하란에 올 때 20일 이상이 걸리는 먼 길(약 800km)을 왔다. 그는 외삼촌 라반의 집에 살면서 레아와 라헬과 결혼해 열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하란은 아라비아사막 북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낮과 밤의 일교차가 극심했다. 여름엔 50℃까지 오를 정도로 더웠고, 겨울엔 영하 가까이 떨어져 추웠다. 이곳은 나무가 없어서 흙으로 집을 지었고, 연료도 소똥을 사용했다. 강수량이 적다 보니 천장을 막지 않아 위가 뻥 뚫려 있는데, 이런 가옥은 더위와 추위를 이기는 데 제격이다. 이런 환경 중에서 야곱의 열두 아들, 12지파가 탄생했다.

여름에 하란을 방문했을 때 너무 더워서 탈이 난 적이 있다. 이런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를 이기며 성심을 다했던 야곱의 고백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낮에는 더위와 밤에는 추위를 무릅쓰고 눈 붙일 겨를도 없이 지냈나이다”(창 3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