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지리

2025년 06월

모압과 암몬이 태동한 롯의 동굴, 소알(창 19장)

성경지리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이 인정한 수도원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남서쪽으로 약 130km, 사해 동쪽 언덕에 위치한 ‘롯의 동굴’은, 소알로 추정되는 현대 도시 에스 사피에서 약 4km 북쪽에 있다.

롯의 동굴에서는 신석기 시대의 석관, 청동기 시대의 토기 조각과 벽, 초기 청동기 시대의 거주지, 중기와 후기 청동기 시대의 돌무덤이 발견됐고, 에돔 지역에 존재했던 나바티안 시대의 유적과 로마 시대의 토기 조각이 발견됐다.

특히 5~7세기에 건설된 로마와 비잔틴 시대의 수도원은 이슬람 시대에도 교회와 수도원으로 사용됐다. 그 결과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등 세 종교의 기록에 언급되고 있으며, 11세기 압바스 왕조가 끝날 때까지 지속해서 사용됐다. 1995년 요르단 국왕은 이곳을 ‘이슬람 성지’로 선포했다. 동굴 앞에는 바실리카 모양의 교회 유적을 볼 수 있으며, 교회 터 바닥에는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장식된 방들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롯의 동굴, 민망한 역사의 현장

창세기 18장에서 아브라함은 소돔 지역으로 향하는 천사들을 만났다. 천사들은 그 지역의 죄악이 심히 무거워 확인하러 가는 중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아브라함의 간절한 중보기도로 의인 10명만 있으면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지 않기로 하셨다.

천사들이 소돔에 도착하자, 노소를 막론하고 백성이 떼를 지어 와서 강제 동성애를 하려 했다(창 19:4~5). 천사는 자신을 구한 롯이 소알로 도망하는 것을 도와줬다. 롯의 아내는 안타깝게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 기둥이 됐다. 실제로 이곳에는 소금산과 바위, 소금 기둥이 있는데, 롯의 동굴에서 북쪽 와디 무집에 이르는 길에 롯의 아내를 기념하는 소금 큰 바위가 있다.

롯은 소알에 있기가 두려워서 언덕에 있는 동굴에 머물다 수치스러운 방법으로 큰딸에게서 모압을, 작은딸에게서 암몬을 낳았다. 두 민족이 이 동굴에서 태동한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며 다윗의 증조할머니인 룻이 모압 여인이었으니, 이런 부끄러운 역사와 장소가 없었다면 룻도 없었을 것이다.

 

롯의 동굴에서 마지막 심판을 보다

동굴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점점 요단 계곡과 사해, 곧 염해가 눈에 들어온다. 동굴에 이르러 앞에 펼쳐진 소알과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북쪽을 쳐다보면, 롯과 관계된 이야기가 떠오른다.

롯은 아브라함을 떠나 풍요의 땅을 선택한 후, 이미 한차례 메소포타미아 왕 그돌라오멜의 침략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소돔성의 멸망으로 그는 모든 재산과 터전을 잃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자손을 이어 보려 했던 두 딸의 몸부림은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하는 두 민족을 낳았다.

가장 낮은 땅 사해 지역의 넓은 평지를 보니, 창세기 14장에 묘사된 전쟁 중 왕들이 역청 구덩이에 빠지는 장면과 창세기 19장에서 유황불로 소돔과 고모라를 징계하시는 하나님의 경고장이 보이는 듯하다. 베드로는 마지막 때에 불로 멸망한다고 했는데(벧후 2:6, 3:10), 소돔과 고모라 같은 이 시대의 말로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