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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금식기도로 민족을 구하다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세계 역사 속의 페르시아
그리스의 북쪽 수도 데살로니가에서 남쪽 수도 아테네(아덴)로 향하는 길, 창밖의 풍경을 보니 영화 <300>의 장면들이 연상된다. 주전 480년, 페르시아(바사)의 아하수에로 왕이 수십만의 군사를 이끌고 그리스를 공격하자, 스파르타 군인 300명이 맞서 싸운 이야기를 그린 그 영화! 그러나 페르시아 군대는 곧 남쪽으로 진군해 아테네를 무너뜨림으로써 10년 전 마라톤 전투에서의 치욕을 씻어냈다.
천하무적이었던 페르시아는 세계 4대 해전 중 최초로 꼽히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패했다. 그리고 146년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에 복수하고자 아하수에로 왕이 진군해 왔던 그 길을 따라 원정을 떠났다. 그리스군은 주전 331년 잇수스에서 페르시아를 공격해 이긴다.

 

하만과 모르드개의 악연
이스라엘의 여리고 지역 히삼 궁전에 들어섰다. 사울 왕은 남방에서 아말렉을 친 후, 그들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아각 왕을 사로잡아왔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사울 왕이 남겨 놓은 쓴 뿌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아하수에로 왕은 즉위 2년에 이집트와 바벨론의 반란을 진압하고, 다음 해 수산 궁에서 와스디 왕후를 폐위시켰다(에 1:3). 그리고 재위 5년째 되던 해 그리스를 침공했다가 실패한다. 
“아하수에로 왕의 제칠 년 시월 곧 데벳월에 에스더가 왕궁에 인도되어 들어가서 왕 앞에 나가니”(에 2:16).
아하수에로는 재위 7년에 에스더를 새 왕후로 맞이한다. 그는 많은 기념물과 궁전 그리고 하렘이라 불리는 신비로운 건축물을 세웠다. 이때 왕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거상이 등장했는데 그가 하만이다. 그는 사울 왕이 잡아 죽였던 아각의 후손이었다(삼상 15:33). 그리고 모르드개는 사울 왕의 후손이었다((에 2:5). 하만은 조상들의 악연 때문에 모르드개의 무례함을 트집 잡아 유다 민족을 몰살시키려 했다. 500년이 훨씬 넘어 후손들끼리 한판 붙은 셈이다.
이것은 모르드개에게 힘든 싸움이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이기기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모르드개는 금식하며 기도한다. 그리고 에스더도 ‘죽으면 죽으리라’는 마음으로 함께 금식하며 기도했고, 이 둘의 믿음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유다 민족 모두를 구해낸다.
이 두 명이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엎드러짐으로써 500년 넘게 이어온 악연의 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이뤄진 것을 보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느끼게 된다.

 

생명나무 유적 앞에서
길갈로 여겨지는 히삼 궁전에서 생명나무 유적 앞에 섰다. 절대 남겨선 안 될 것이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불순종 같은 죄의 쓴 뿌리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오늘날 우리 삶에도 이런 불순종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오직 하나님만 섬겨야 하는 삶이지만, 세상과 적절히 타협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조상들이 남긴 제사문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무너뜨리는 동성애 문제 등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불순종의 흔적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
금식하며 기도했던 모르드개와 에스더처럼 우리 민족과 집안의 쓴 뿌리를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뽑아 버리는 역사가 우리 삶에서부터 일어나기를 소망해 본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