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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블레셋을 이긴 보세스와 세네 바위(삼상 14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남북 왕국의 국경

예루살렘의 북동쪽 12km 지점에 와디 수웨닛이라는 골짜기가 있다. 북쪽에는 믹마스, 남쪽에는 게바가 있는 이 골짜기를 건너는 지점은 ‘어귀 혹은 여울’(the pass)로 번역된 고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국경이다(삼상 14:4).

믹마스 길은 남쪽 예루살렘에서 기브아와 게바, 믹마스에서 오브라를 거쳐 실로를 지나 북쪽 세겜으로 갈 수 있는 우회 도로다. 그뿐 아니라 믹마스에서는 여리고로 내려가는 동쪽 길이 열리는 교통의 요지다. 

아사왕은 왕국이 분열된 후 수십 년간 국경을 두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게바와 미스바에 성을 건축해 국경을 확정했다. 미스바는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얻겠다는 것이고, 게바에 성을 세운 것은 믹마스를 통해 내려가는 동쪽 길을 북이스라엘에게 내주겠다는 표지였다.

당시 동쪽 길르앗은 북이스라엘에 속해 있었기에 여리고 지역을 북쪽에 내주고, 서쪽 해변 길로 나가는 길만을 얻겠다는 신의 한 수였다. 그 결과 평화가 찾아왔으며, 믹마스와 게바의 와디 수웨닛은 남북 왕국의 경계가 됐다.


요나단과 블레셋의 접전지

믹마스와 게바 사이에서 일어난 요나단과 블레셋의 전투를 떠올려 본다. 요나단은 기브아에서 북동쪽으로 5km도 안 되는 지점에 있던 소수의 블레셋 주둔군을 몰아냈다(삼상 13:1). 그러나 그 수비대는 블레셋이 전쟁 명분을 얻기 위한 미끼였다. 명분을 얻은 블레셋은 병거 3만 대와 마병 6천 명과 셀 수 없는 군인을 몰고 믹마스에 진을 쳤다.

사울왕은 길갈에서 이스라엘을 모아 전쟁을 준비했으나,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제사를 드리다가 사무엘에게 꾸지람을 듣고 믹마스 근처에서 수비하러 올라갔다. 그때 블레셋에는 철기 무기가 있는 데 반해, 이스라엘에는 철공이 없어 철기로 된 칼이나 창을 갖지 못했다(삼상 13:1). 그나마 철기 무기를 가진 요나단이 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요나단은 믹마스의 블레셋 군대를 보고 수웨닛 골짜기로 내려갔다. 어귀 사이에 험한 바위 두 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보세스와 세네 바위다. 요나단는 “여호와의 구원은 사람이 많고 적음에 달리지 아니하였느니라”(삼상 14:6)라고 말한 후, 블레셋 군대가 올라오라고 하면 하나님이 주신 표징으로 여겨 올라가 치겠다고 다짐한다. 결국 그는 반나절 만에 20명가량을 죽였다(삼상 14:14).

그러자 블레셋에 공포가 임했다. 민족을 배신하고 블레셋의 용병으로 있던 히브리인들이 블레셋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켰고 블레셋은 바로 무너졌다(삼상 14:21). 


승리와 평화는 여호와께 달려 있다

전쟁 후 철기로 무장한 사울왕의 군대는 이후 요단 동편의 모압, 암몬, 에돔에 이어 남쪽의 아말렉을 물리쳤으나,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받는다(삼상 14:47~48). 요나단이 “여호와의 구원이 사람의 수에 달리지 않았다”라고 고백한 믿음의 선언과, 아사왕이 국경을 정하고 남북의 싸움을 멈췄던 ‘그 어귀’에서 분별력 있는 용기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