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하롯샘
이스라엘의 등뼈와 같은 중앙 산지는 남쪽에서 유다, 베냐민, 에브라임, 갈릴리산지로 이어진다. 에브라임과 갈릴리산지 사이에는 이스르엘 골짜기가 있는데, 두 산지를 길보아산, 모레산, 다볼산이 징검다리처럼 이어 준다. 특히 길보아와 모레산 사이에는 동과 서를 잇는 골짜기가 있다. 미디안 군대는 동쪽에서 이곳을 통과해 이스라엘 내부로 침투했고, 블레셋 군대는 이 골짜기를 지나 동진했다.
길보아산은 에브라임산지의 북쪽 가장자리로 주변에 많은 샘을 내는데, 대표적인 샘이 하롯샘이다. 하롯샘은 수천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샘물이 흘러나와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공원에 들어서면 샘물로 만든 멋진 물놀이장과 넓은 잔디밭이 순례객을 맞는다. 길보아산 아래로 펼쳐진 하롯샘과 모레산 사이의 광경은 평온하고 아름답다.
300명의 용사 선출
모레산에 진을 친 미디안 군대와 길보아산 아래 하롯샘 부근에 진을 친 기드온 군대는 전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처음에 모인 3만 2천 명이라면 싸워 볼 만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숫자를 더 줄여 오직 은혜로만 승리함을 나타내고자 하셨다. 2만 2천 명이 돌아가고 자원한 자 1만 명이 남았다(삿 7:3). 하나님께서는 그중에서도 서서 한 손으로 물을 마신 300명만 택하신다. 왜 이 사람들이 선택받았을까?
하롯샘에서 북쪽을 보면 6~7km 지점에 모레산이 있다. 미디안 군대가 낙타로 전력 질주하면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당시 하롯샘 주변은 사람 키보다 더 큰 갈대숲으로 덮여 있어 경계를 게을리했다간 역공을 당할 수 있었다. 그들은 깨어 있는 군사들,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한 손에 무기를 들고 주변을 돌아보며 물을 마시던 사람들이다.
깨어 있는 자가 얻는 승리
하나님께서는 강한 자보다 깨어 기도하는 자들을 택하신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은 신중한 사람들만이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에도 불빛을 숨기고 적진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드온의 명령을 동시에 이행할 수 있었다.
항아리 깨지는 소리는 마치 병거 바퀴가 구르는 소리와 비슷하다. 이글거리는 횃불과 천지를 울리는 나팔 소리에 미디안 군대는 혼란에 빠졌다. 움직이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보고 무조건 칼로 찔러 죽였다.
기드온의 군대가 “여호와와 기드온을 위하라”라고 소리치고 나팔 불며 찬양하자, 적군끼리 찔러 죽이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하나님께서 미디안 군사들의 마음을 무너뜨리시자 그들의 눈에는 1차, 2차로 집으로 돌아가는 이스라엘 백성이 너무 많은 군인으로 보였고, 강력한 병거로 무장한 용병들이 올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게 된 것이다.
하나님의 전쟁은 많고 강한 군사로 치르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위하느냐’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자신의 연약함을 알았던 기드온은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기 위해 그분과 부단한 교제를 가졌다. 기도하며 깨어 있는 자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