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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다윗의 리더십을 증명한 브솔시내(삼상 30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해변 길이 지나는 브솔시내

브엘세바에서 서쪽 지중해로 내려가는 70km의 물길 중반 이후를 ‘브솔시내’라 부른다. 브솔시내 구간은 습지이다. 브엘세바에서 서쪽으로 30km 지점에는 브솔시내 구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출렁다리가 있다. 이 출렁다리에서 하천을 따라 13km 서쪽으로 내려가면 브솔 국립 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은 과거 애굽과 이스라엘을 잇는 해변 길이 지나던 자리다. 

이 길은 분명히 아브라함과 야곱이 애굽으로 오갈 때 사용했던 길이다. 그랄에서도 멀지 않기에 이삭도 우물을 팔 때, 이 근처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렇다면 브솔시내는 창세기의 족장인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모두 생활했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브솔시내를 건너면 가나안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이곳은 국경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지친 자들의 피난처가 된 브솔시내

다윗은 브솔에서 북동쪽으로 24km 떨어진 시글락에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다윗이 출정한 틈을 타서 아말렉이 이곳을 침략해 다윗의 아내들과 아이들을 잡아갔을 뿐 아니라, 모든 도시를 불태운 것이다. 다윗 일행은 이 상황을 접하고 절망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다윗은 기도했고, 하나님께로부터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응답을 받아 남서쪽 브솔시내로 향한다.

다윗 일행은 하루 정도를 진군해서 브솔시내에 이른다. 그러나 600명 중 200명은 지쳐서 이곳을 건널 수도, 강행군을 계속할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결국 다윗은 브솔시내에 지친 자들을 두고 진군한다. 

브솔시내는 지친 자들의 휴식처가 됐다. 국립 공원으로 잘 정리된 브솔시내는 여전히 지친 자들을 충분히 쉬게 하는 공간임을 확인시켜 준다.


다윗의 리더십을 증명한 기회

다윗은 아말렉을 따라잡아 치명적인 일격을 가했다. 다윗과 400명이 승리해 가족들과 전리품을 갖고 돌아왔을 때, 다윗은 전쟁에 참전한 사람과 참전하지 않은 사람들 간에 일어난 갈등에 지혜롭게 대처했다. 다윗은 여호와께서 전쟁의 승리를 주셨기 때문에, 참전자와 남아 있던 자가 모두 똑같이 노략물을 나눠야 한다는 법을 세웠다.

시글락 참사와 브솔시내의 일은 위기 가운데 있던 다윗이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당시 세간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 남쪽의 아말렉 족속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였다. 다윗은 아말렉을 누르고 지혜롭게 대처해 내부적으로도 인정받고, 외부적으로도 유다 남쪽의 안정을 가져옴으로써 유다 지파의 고질적인 위협을 해결했다.

그뿐 아니라 아말렉이 뺏은 네게브와 남부 유다 지역의 노략물을 다시 돌려줌으로써 차기 지도자로서도 인정받았다. 사울이 죽고 다윗이 헤브론에 올라갔을 때, 이런 은혜를 받은 유다 남부 사람들은 그를 유다 왕으로 세우는 후원자가 됐을 것이다. 결국 시글락과 브솔시내의 큰 어려움은 다윗에게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