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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쓴 물이 단물이 되게 하신 마라의 샘물(출 15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써서 마실 수 없는 마라의 샘

이집트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140km 정도에 마라의 샘이 있다. 마라는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 가운데를 지난 후, 수르광야로 3일 길을 가서 진을 친 곳이다(출 15:22;  민 33:8). 그런데 3일 만에 만난 샘물은 너무 써서 마실 수 없었다. 

애굽을 떠난 백성은 오랜만에 만난 물이 쓴맛을 내자, ‘괴로운, 쓴’이라는 뜻의 ‘마라’의 샘이라 불렀다. 


쓴 물을 단물로 바뀌게 한 나뭇가지

이스라엘 백성은 쓴 물 앞에서 모세를 원망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한 나무를 가리키셨다. 마라의 샘 주변에는 종려나무(대추야자 나무)와 에셀나무가 자란다. 어떤 나뭇가지를 던졌을까? 

어떤 이는 종려나무에 약효가 있다고 하지만, 어느 나무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무를 샘물에 던지니, 물이 달아졌다는 점이 중요하다. 쓴 물이 달아진 이유는, 바닷물이 역류할 만큼 근원이 말랐던 샘이 많은 생수를 내면서 쓴 물을 밀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믿는 자는…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 7:38)고 하셨다. 성경에서 바다는 주로 세상을 상징한다. 그러면 쓴 물은 세상의 물이며, 단물은 예수님께로부터 나오는 생명수라고 할 수 있다. 모세가 던진 나무를 예수님의 십자가와 연결한다면, 세상의 쓴 물을 달게 만든 것은 예수님의 나무 십자가다.


여호와 라파, 하나님 중심 가치관으로

‘샘’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아인’에는 ‘눈’(eye)이란 뜻도 있다. 눈이 바뀌는 것은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다. 마라의 기적은 애굽의 종 된 시각에서 하나님 중심의 시각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눈이 바뀌는 기적이었다. 세상 가치관에 젖어 있던 백성의 눈을 열어 하나님의 법을 새롭게 보게 하신 것이다.

성경에서 첫 번째 이적은 대체로 물이 변화된 이적이다. 모세는 물이 변해 피가 되게 했고, 엘리사는 여리고의 샘을 주변 나무가 열매 맺는 좋은 물로 변화시켰다. 예수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셨고, 제자들은 그 기적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됐다.

그래서인지 하나님께서는 물을 달게 하신 후에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법도와 율례를 정하셨다. 그리고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의를 행하면, 애굽 사람에게 내린 모든 질병 중 하나도 그들에게 내리지 않겠다고 하셨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이 ‘치료하는 여호와’ 즉 여호와 라파임을 선언하셨다(출 15:25~26). 최고의 치료는 우리의 눈 곧 가치관이 바뀌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먼저 이스라엘을 세례로 상징되는 홍해를 건너게 하시며, 그들이 400년 넘게 애굽에 살면서 물든 세상의 가치관, 애굽의 방식을 벗어나길 원하셨다. 그 첫 단추는 가치관의 눈을 변화시키시는 것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눈으로 바꾸는 방법은, 세상의 쓴 물이 밀려올 때마다 십자가라는 나무를 내 마음에 던지고, 내 눈을 들어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