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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시내산(출 24장)

과월호 보기 이문범 교수 (사랑누리교회, 총신대학원 성지연구소)

시내산·예벨 무사·모세의 산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120km 정도의 수에즈 운하를 지나면 시내반도에 이른다. 이곳에서 260km 남쪽에 시내산 추정 장소가 있다. 시내반도는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의 삼각형 모양 땅으로, 남쪽 모서리에 시내산으로 추정되는 예벨 무사가 있다. 

예벨 무사(Jebel Musa)는 모세의 산이라는 뜻으로, 기독교 전승에 따르면 주후 4세기부터 이 산을 시내산으로 봤다. 예벨 무사는 바위산으로, 아래에는 ‘휴식’이란 뜻의 라하평지(와디)와 서쪽에는 말가평지가 있다.

라하평지에서 남쪽으로 향하다 보면, ‘수도원 계곡’이라는 뜻의 엘 데이르 계곡으로 들어선다. 이곳은 ‘호렙 계곡’ 혹은 모세의 장인 ‘이드로 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시내산을 오르는 낙타 길

순례자들은 시내산을 오르려면 새벽 2시경에 일어나 등반을 시작해야 한다. 시내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낙타를 타고 오를 수 있는 등산로와 회개의 문을 지나는 약 3,700개의 계단 길이 있다. 새벽 등반이기 때문에 순례자들은 안전상 낙타 길을 사용한다. 

낙타가 갈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은 계단 길과 합쳐지는 지점 부근이다. 이 갈림길에서 계단 길을 바라보면, 사이프러스나무 세 그루가 있는 작은 수도원 평지가 내려다보인다. 이곳은 엘리야 선지자가 40일간 걸어와 세미한 음성 가운데 하나님의 소명을 받았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두 길이 합쳐진 장소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약 750개의 계단이 있어 걸어 올라가야 한다.

시내산 정상에는 1934년에 세워진 길이 30m, 너비 9m인 삼위일체교회가 있다. 이 교회는 주후 4세기에 지은 교회 터 위에 세워졌는데,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을 주신 곳이라는 전승이 있다(출 24:16~18).

새벽에 출발하면 일출을 기다리게 되는데, 우기인 겨울에는 눈길과 구름 때문에 보기 힘들고, 건기에는 더위와 가끔 형성되는 구름으로 맑은 일출을 보기 힘들 때가 많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면 주변 바위산들과 일출의 붉은빛이 어우러져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내려가는 길은 계단 길을 도전해 볼 것을 권장한다. 엘리야수도원뿐 아니라 바위산 사이로 난 계단 길을 걸어야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바위 사이에 있는 우슬초, 풀을 뜯는 양 무리, 멀리 라하평지와 멋진 캐더린수도원을 보노라면, 모세가 봤던 떨기나무, 청옥처럼 편 듯한 청명한 하늘(출 24:10), 광야에 펼쳐진 이스라엘 무리, 이후 세워진 성막 위의 구름기둥과 불기둥 등을 상상할 수 있다.


하나님만 의지해야 했던 시내광야

최근 아라비아 쪽에 있는 ‘알 라우즈산’을 시내산이라고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아라비아로 건너가는 370km 지점에 있는 홍해가 너무 멀며, 이스라엘이 건넜을 것으로 추정되는 누에바 앞의 바다가 너무 깊고 넓어 하루 만에 건너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시내반도의 시내산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라우즈산의 주변 환경은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다 풀 한 포기 자라기 어렵고, 사람이 살기 힘들기에 하나님의 은혜만 의지해 살아야 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