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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대화의 기적

과월호 보기 이원석 작가(문화 연구가)

더 나은 이해를 추구하는 대화법
철학의 방법론인 변증법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변증법이라는 말 자체가 어렵게 들리고 잘 와닿지도 않죠?
그런데 그 뜻을 알고 나면 제법 간단해요. 변증법은 Dialectic을 번역한 것인데 헬라어인 디알레티케()에서 왔어요, dia는 ‘사이’(between)를 뜻하고(악마, 즉 디아볼로가 하는 짓이 사람들의 ‘사이’를 벌리는 거지요), lectic은 ‘말하다’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들 사이에 대화를 나누는 방식을 가리켜요.
좀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특정 주제에 대해 어떤 입장(正)과 그에 반대하는 입장(反)을 가진 각기 다른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통해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더 나은 이해(合)에 이르는 방법이에요. 그래서 변증법은 ‘정반합’이라고도 하죠. 변증법의 원조로는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법인 산파술(Socratic method)을 들 수 있어요. 아이를 잘 낳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인 ‘산파’처럼, 질문을 계속하면서 답변자로부터 생각을 이끌어 내는 대화 방법이죠.


대화하는 인간
대화는 왜 중요할까요?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 자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처럼, 인간은 모두 서로가 서로를 받쳐 주기에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마치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내 생각과 확신에 붙잡히면 어떨까요? 남들과 원만하게 지내기 어렵게 되고, 이것은 나아가 내 자아를 우상으로 숭배하는 죄를 범하는 거죠.
그래서 인간에게는 대화가 필요해요. 누군가와 이야기하는(對話) 가운데 아집(我執, 자기 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는 것)을 넘어서게 되니까요. 인간은 하나님이 아니라서 모든 면에서 옳을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죄(原罪, 스스로 신이 되려 하고 하나님을 멀리한 것)로 인해 자기 내면에 갇히기 쉬운데, 대화를 하면 이를 벗어날 수 있어요. 그러므로 집과 학교, 또 교회에서 열심히 대화할 필요가 있죠.
덧붙여 말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세요. 우리에게 기도와 성경을 허락하신 이유가 바로 이것이에요. 기도로 하나님께 내 이야기를 고백하거나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성경을 통해 그분의 뜻과 말씀을 들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하나님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 내 마음은 점점 그리스도가 머무시는 집으로 만들어져요.
한편 위대한 대화의 모범은 예수님이세요. 한밤중에 찾아온 니고데모에게 예수님께서는 졸음을 참으시고 거듭남에 대한 그의 질문에 답하시며 복음을 전하셨고, 또 우물가의 여인에게는 목마름을 참으시고 생수에 대한 그녀의 질문에 답하시는 가운데 복음을 전하셨죠. 예수님께서는 철저하게 상대의 입장에서 대화를 진행하셨고,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셨어요.


대화의 자세
이런 주님을 생각하며, 매 순간 대화에 진지하게 임해야 해요. 물론 모든 대화가 다 재밌거나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임해야 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먼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야 해요. 어떻게 응답할지에 대한 고민은 잠시 미루고, 온전히 상대의 말에 집중하는 거죠. 집중해서 듣다 보면, 상대의 이야기에 비춰 내 생각을 점검할 수 있게 돼요. 한쪽이 완전히 옳고, 다 맞는 경우는 드물어요. 사실 거의 찾기 어렵죠. 따라서 내 생각에서 틀린 부분이 드러난다면, 그만큼 내 입장을 더 가다듬어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되겠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상대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돼요. 내가 상대의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 상대도 내 마음에 응답하게 되는 거예요. 또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진 것을 알기에 상대방도 자신의 생각에서 잘못된 부분을 쉽게 인정하게 되지요. 결국 둘 다 서로의 입장에 더 다가가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일한 의견에 도달하기도 해요.
진솔하게 또 치열하게 대화하다 보면, 결국 모두 승자가 돼요. 따라서 더 나은 앎이나 더 깊은 관계를 위해서 대화는 중요해요. 그뿐만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하나님을 바로 아는 데에도 대화는 필요해요.
하나님을 바로 안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바로 안다는 것이죠. 주님의 참된 제자로 성장하려면,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하나님과 나누는 이 위대한 모험, 곧 대화에 나서야 해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