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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글쓰기는 자신을 새롭게 한다

과월호 보기 이원석 작가(문화 연구가)

소통은 공부의 목적
공부의 목적은 문제 풀이가 아니라 소통이에요. 소통이란 막힌 것을 트고(疏), 서로 잇는(通) 것, 간단히 말하면 함께 나누는 거예요. 소통을 가리키는 영단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어원communicare도 함께 나눈다는 뜻을 갖고 있어요. 즉, 공부의 목적이 소통이라는 말은 공부가 나눔이라는 뜻이죠. 소통은 공부의 목적인 동시에 방법이기도 해요.
우리는 공부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서로 연결돼요. 어떤 대상에 대해 알아가는 만큼 더욱 큰사람이 되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돼요. 그리고 배우는 대상과 함께하는 만큼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게 돼요. 그렇게 본다면, 소통을 위해 공부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겠죠?
성경을 ‘공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성경 안에서 하나님께 더욱 나아가고, 하나님과 하나 되는 삶을 익히기 위함이지요. ‘하나님을 안다’는 것은, 그저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서 친구를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가는 것을 뜻해요.


소통은 공부의 방법
“사랑은 더 가지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복음성가에 보면, 이런 가사가 나와요. “움켜잡으면 없어지고, 쓰고 빌려주면 풍성해져 땅 위에 가득하네.”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배운 걸 나눠야 더욱 풍성해져요.
그래서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돼요. 책을 읽은 후에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떠들어 대세요. 만약 그럴 사람이 없다면,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붙잡고 말을 걸어도 좋아요. 내가 배운 걸 어떻게든 나누는게 핵심이니까요.
우리가 흔히 가족이나 친구와 소통하는 방식은 말과 글이죠?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서로 굉장히 달라요. 말은 대부분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입을 열어 전하는 것이기에 감정이 이입되고 상황에 기대기 마련이예요.
반면에 글은 당장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쓰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여러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읽히도록 쓰는 것이기에 좀 더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게 돼요.


글쓰기 Step 1. 먼저 깊게 생각하기
우리는 흔히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요. 말은 듣는 사람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하게 되니 상대가 어려워하면 좀 더 쉽게 풀거나 반복할 수 있죠. 그러나 글은 종이나 화면만 들여다보며 작업해야 하니 더 어려울 수밖에요.
글쓰기는 먼저 자기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에요. 자기 내면의 공간 속에서 자신의 논리와 언어를 만들어 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생각은 글쓰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가령 논술 시험을 볼 때,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글을 쓰면 될까요? 아니죠. 일단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야 해요. 생각에 시간을 들이는 만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의식이 새롭게 써지는 거예요.
글쓰기는 이렇게 논리와 언어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여러분을 신중하고, 논리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줘요.
글쓰기 안에는 우리의 의식 구조를 바꿔 놓는 힘이 숨어 있어요.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본질은 간단해요. 하고 싶은 말을 명확하게 하는 거예요.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무얼 말하고 싶은지를 모른다면, 그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어요. 가급적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글쓰기 Step 2. 상대의 마음 헤아리기
다음으로 어떻게 하면 글을 읽을 사람이 내 주장을 받아들일지를 생각해야 해요. 글을 쓰는 이유는 읽는 사람이 내 주장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생생한 예시를 드는게 좋아요.
예를 들어, 부모님께 용돈을 올려 달라는 글을 쓸 때, 그냥 말하듯이 생각을 써 내려간다면 부모님의 마음이 움직일까요? 우선 용돈 인상이 필요한 이유를 제시하고, 용돈이 없어서 얼마나 힘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면 더욱 설득력 있는 글이 될 거예요. 더불어 용돈 인상에 따른 나의 각오(성적을 올리겠다)를 적절하게 제시한다면 부모님의 마음이 돌아서겠죠? 요점은 엄마 아빠의 마음, 즉 읽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예요. 이처럼 글쓰기는 우리가 더 넓게 생각하도록 도와줘요.
내 주장을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과 설득시킬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 이 두 가지야말로 좋은 글의 핵심이에요. 그런데 좋은 글쓰기를 위해서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야 해요. 이전에 계속 강조한 ‘책 읽기’가 그것이에요. 다음에는 책을 읽은 후에 글을 쓰는 법에 대해 살펴볼 거예요. 서평과 독후감이야말로 글쓰기의 기본이니까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