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4교시가 끝났다
4교시 끝나기 5초 전. 1초라도 빨리 급식실로 달려가기 위해 미리 한쪽 다리를 책상 밖으로 내놓는다. 5, 4, 3, 2, 1. 울려 퍼지는 종소리와 동시에 급식실을 향해 폭풍질주하는 우리들! 식판을 들고 기다리는 줄에서 친한 친구를 찾는 탐색전, 줄 앞으로 끼어드는 아이들과의 신경전, “소시지 많이요!!” 아주머니와의 숨막히는 밀당 끝에 급식을 받아 든다. 친한 친구들이 미리 맡아 놓은 자리에 앉아 LTE급 속도로 식사 기도를 드리고 나면 식사 준비 완료!
그런데, 헐~ 오늘 영양사 선생님 기분이 안 좋으신가? 빈티 나는 반찬들을 보노라니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다른 학교 초호화 급식 사진이 떠오른다. 닭다리가 통째로 들어간 삼계탕, 까르보나라 파스타, 오리 훈제 구이 등 십 대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화려한 메뉴에 급식이 워낙 맛있어서 학교 매점이 문을 닫았다는 전설의 급식도 있다던데~ 우리 학교 급식은 왜 이런 거냐고! 이따금 기대 이상의 메뉴가 나올 때면 영양사 선생님을 향한 무한 애정과 존경심이 마구 솟아오른다.
급식실에서의 먹방이 끝나고 이제 5교시에는 잠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겠지만, 아침밥 거르는 날이 많은 십 대들에게 급식은 정말 꿀맛 같은 양식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을 보니 ‘학교 급식은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체위 향상뿐만 아니라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교육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단다. 별 생각 없이 매일 먹는 급식에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다니!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 그런 거창한 건 잘 모르겠지만, 급식 먹을 때 한 가지는 분명히 중요한 문제다. 누구랑 같이 먹지?
나랑 밥 먹을래 아니면 나랑 같이 죽을래!
원조 상남자 소간지의 드라마 속 프로포즈처럼,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아주 큰 의미다. 모르는 사람, 불편한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랑 밥 먹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같이 밥을 먹자고 말하는 것은 ‘나 너한테 완전 호감 있어!’ 라는 뜻이다. 누군가와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특별한 관계에 있고, 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표현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같이 밥 먹을래?” 그리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밥맛없어!” 시끌벅적 수다 속에 모두가 즐거운 급식 시간이지만, 이 시간이 즐겁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바로 혼자서 밥을 먹는 친구다. 그렇게 혼자 먹는 친구가 안쓰러워 급식판 들고 그 친구 옆에 가서 먹는 순간 나도 같이 왕따가 되는 것을 알기에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마지막, 그리고 영원한 식사
예수님께서는 혼자 밥 먹는 사람들 곁으로 가서 같이 먹어 주시는 분이다. 아무도 초대하지 않는 사람들을 초대하셨고,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집에 찾아가셨다. 죄인들, 세리들, 창기들, 병든 사람들, 고독한 사람들,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셨고 그들과 함께 식사하셨다. 예수님께서 계시는 그 아름다운 식탁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다. 영적인 만찬을 나누며 사랑으로 배부른 곳이 교회다. 스스로를 생명의 떡이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께서는 더 많은 사람이 이 식탁에 참여하길 원하시고, 세상의 배고픈 많은 이들이 영적 배부름을 누리길 원하셨다. 식탁은 죄인들과 함께 교제하시고 말씀을 가르치셨던 예수님의 사역 장소였다. 예수님의 마지막 사역의 현장 역시 식탁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저씨의 멋진 그림처럼, 그 최후의 만찬 식탁의 중심에 예수님께서 계셨다. 이 마지막 식사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예식이 됐다. 성찬식에 참여해 본 친구들은 알 것이다. 작은 한 조각의 빵과 한 모금의 포도주를 받는 어른들의 표정이 얼마나 진지하고 경건한지를. 떡과 포도주를 함께 먹으며 구원받은 백성답게 살 것을 다짐하는 공동체,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눠 먹음으로써 한 몸이 된 신비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다. 우리는 함께 먹으면서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길 기다릴 것이고,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날,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먹게 될 것이다.
급식실에도 함께 계시는 주님
4교시 후 급식 시간은 그저 주린 배를 채우는 것으로만 보내기엔 너무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 이 시간에 늘 혼자인 친구에게 급식판을 들고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싫어했고 질투했던 친구 옆으로 가 보면 어떨까? 그 옆에 앉아서 그저 아무 말 없이 함께 밥을 먹는 거다. 그리고 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잊지 말자. 급식실에도 분명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고, 우리는 그 예수님의 사랑스런 제자들이라는 걸!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