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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웃어라! 대한민국 청소년들이여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유머가 좋다
가수 비가 자기 소개할 때 부르는 노래는? 나비야. 신사가 자기소개 할 때 하는 말은? 신사임당. 아몬드가 죽으면? 다이아몬드. 왕이 궁에 들어가기 싫을 때 하는 말? 궁시렁 궁시렁. 썰렁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지만 최불암 시리즈, 덩달이 시리즈, 사오정 시리즈 이른바 3대 고전 유머 시리즈 한두 개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울할 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 별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저 유머가 최고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의 길, 코미디 빅리그 등 방송사들의 본격 개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영화도 시트콤도 CF도 이제 ‘유머’는 기본이다. 현대 사회에서 유머는 인기의 비결이고 경쟁력이다. 소개팅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도 유머 감각이다. 강의도 수업도 연설도 웃겨야 한다. 정치인도 아나운서도 심지어 목회자도 웃겨야 인기가 있고, 재미있어야 인지도가 올라간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듯, 오늘도 우리는 스마트 폰으로 ‘웃긴 짤방’과 ‘황당한 썰’, ‘재밌는 드립’들을 찾아 헤맨다. 오늘의 유머, 웃긴 대학, 디시인사이드, 뽐뿌, 일베저장소 등 인터넷에서 돌고 도는 웃기는 이야기들을 킥킥거리며 퍼나른다. 그런데 본방을 놓친 개그 프로그램을 다시보기로 챙겨 보며 한참을 낄낄거리고 난 후,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청소년들에게 ‘안 웃겨요! 재미없어요!’라는 말은 최악의 반응이다. 깜빡이는 눈동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뭐 재미있는 거 없어요? 뭐 웃기는 거 없어요?” 웃기는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 가볍고 황당한 이야기에는 반응하지만, 조금이라도 진지해지려고 하면 이내 외면해 버리는 청소년들을 본다.
그 모습에서 깃털만한 무게조차도 힘들게 느껴질 만큼 이미 충분히 버거운 십대들의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웃음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 속에서, 웃음으로 포장된 심리적 가면 속에 숨겨진 눈물을 본다. 웃을 수 없는 현실을 웃음으로 이겨내려는 아이들의 슬픈 노력을 본다. 십대들은 웃고 있지만 실은 웃지 않고 있다.
‘유머는 슬픔에서 나온다’라고 한 마크 트웨인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웃음에 목말라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은, 어쩌면 그들이 가장 웃기 힘든 인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웃음 속에 슬픔을 감춘 오늘의 십대들에게 인생이란, 마우스를 클릭하며 웃긴 사진과 동영상을 찾아보는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그 무엇이다.
개그 프로그램들의 과도한 표현들이나 인터넷 유머 게시판의 수위를 넘는 게시물들을 볼 때 염려스럽기도 하지만, 어른들은 개그맨과 유머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일, 청소년들을 웃게 하는 일을 그들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청소년들이 다시 웃는 그날까지
장막 문 뒤에서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천사의 말을 들었을 때, 사라는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돼! 이 나이에 아들이라니!’ 그러나 말씀하신 그대로 아들이 태어나자, 사라는 영혼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말할 수 없는 기쁨으로 웃었다. ‘하나님이 나를 웃게 하시니 듣는 자가 다 나와 함께 웃으리로다!(창 21:6). 포기의 허탈한 웃음을 만족과 감사의 웃음으로 바꾸시는 분이 여호와이심을 사라는 알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백성을, 그분의 자녀를 웃게 하신다. 상상을 넘어선 방식으로 웃게 하신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웃게 하시면, 우리와 함께한  모든 이들이 다 함께 웃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 청소년에게 썩소와 비웃음은 어울리지 않는다. 십대는 가장 맑고, 깨끗하게 웃을 수 있는 인생의 계절이다. TV의 모든 개그 프로그램들이 사라지고, 인터넷의 모든 유머 게시판이 문을 닫아도 될 만큼, 기쁨과 웃음이 충분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재미와 짜여진 각본에 따른 웃음이 아니라, 간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인한 웃음, 신앙 안에서의 깊은 교제로 인한 웃음, 열정적인 찬양으로 인한 환희의 웃음, 하나님이 웃게 하시는 진짜 웃음으로 웃을 수 있기를! 그런 맑고 깨끗한 웃음은 이미 하나님을 통해 생의 의미를 알되, 아직 생에 찌들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만 허락된 것이기에. Let’s all laug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