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지금은 알바 천국
겨울방학, 친구 몇몇이 모여 리어카에 커다란 깡통을 싣고 거리에서 군고구마를 팔던 원조 아르바이트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댓글을 다는 댓글 알바까지! 그야말로 지금은 알바 천국이다. ‘수능 끝 = 알바 시작!’을 외치며 대대적으로 알바 구직에 나선 고3 학생들 덕분에 수능 직후 한 알바 사이트 일평균 가입자 수는 전월 대비 5배를 넘었단다. YWCA 소비자 보호 세미나 발표에 따르면, 청소년 40.8%가 아르바이트를 경험했고, 여건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해 보고 싶다는 응답이 80∼90%라고 한다. 음식점 서빙,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알바 같은 ‘일반형’ 알바부터 전단 배포, 오토바이 배달 같은 ‘익스트림’ 알바도 있고, 건설 현장, 이삿짐 센터, 일일 노동직과 같은 ‘극한 직업 체험형’ 알바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때 인터넷을 달궜던 한국민속촌 거지 알바는 신종 꿀알바로 핫이슈가 됐었다. 아침잠이 없는 편이라면 모닝콜 알바를 추천하고, 멍하니 앉아있는 것을 좋아한다면 하루 4시간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는 미술 실기생의 두상 모델 아르바이트도 솔깃하다.
꿀알바? 세상에 공짜는 없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가고, 친구들과 간 식당에서 본능적으로 물티슈로 테이블을 닦고 차곡차곡 빈 그릇을 정리하는 나를 보며 “아놔~ 지금 나 왜 이러니?”를 외친다. 카페 호출 진동벨에 몸이 움찔움찔하고, 전화 받을 때 “감사합니다, 고객님!”이라고 우렁차게 외치는 나는 알바 직업병 환자! 물건 가격 딱 맞춰서 돈 주는 손님, 라면 먹고 뒷정리까지 해 주는 손님, 일하느라 피곤한 나의 안구를 정화해 주는 훈남 훈녀 손님들은 대환영! 반말에 막말에 심지어 돈도 내던지는 진상 손님들은 사절!
힘들게 구한 알바, 뼈빠지게 일한 대가로 받은 황금 같은 알바비! 룰루랄라~ 신나는 마음에 치킨 사 먹고, 핸드폰 요금 내고, 친구 생일 몇 번 챙기고 나면~ 아! 내 알바비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열심히 일하다가 잠깐 쉬려고 하면 그때 꼭 나타나시는 사장님, 한가한 틈에 밥 좀 먹으려면 갑자기 몰려드는 손님들, 어리다고 무시하는 어른 손님들, 체불임금에 항의했더니 부당 해고 협박을 하는 나쁜 사장님들 때문에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면서도 우리는 왜 그렇게 알바를 하는 걸까?
일 그리고 우리의 부르심
우리 하나님께서는 일하시는 하나님이시고, 그의 백성인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기뻐하시는 분이다.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께서 친히 직접 하신 일의 결과이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우리는 그분께서 창조하신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을 가꾸고 돌보는 일을 위해 이 땅에 보냄을 받았다.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고 하신 말씀대로 예수님의 생애는 자신을 보내신 분, 곧 하나님의 일을 이 땅에서 행하시는 삶이었다. 일의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던 일하는 선교사 바울 선생님은 데살로니가교회에 쓴 편지에서 이렇게 호통을 치셨다.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을 기쁘게 한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는 예수님께서 맡기신 일을 즐겁게 한다. 공부하는 이유가 더 편한 직업을 택하기 위한 것이라면, 내가 일하는 것이 그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한평생을 일하며 살아가는 이 모든 시간들은 얼마나 허무한 것일까. 종교개혁가 루터 선생님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하나님의 손가락’이라 부른 것은 참 의미가 크다.
청소년 시절의 알바는 내 인생과 나의 일, 나의 부르심을 미리 경험해 보는 청소년 소명 체험학교이다. 청소년인 우리, 그저 사고 싶은 것을 사기에 부족한 용돈을 채우기 위해서 일하지 말자. 남자친구의 생일 선물비 마련이나 최신형 스마트폰 구입비를 위해서 일하지 말자.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는 우리! 당당한 세상의 일원으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 더 큰 세상을 바라보며 준비하는 값진 시간으로 보내자. 힘내라, 알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