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1. 십대, 근자감과 과잉 신중함
“목사님! 저는 선택 장애가 있는 거 같아요!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어두운 얼굴로 찾아온 십대와 중국집에서 메뉴를 고르다가 갑작스럽게 내뱉는 그의 한숨에 당황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아이가 말을 이어 갔다. “저는 문과가 맞을까요? 이과가 맞을까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진로 앞에서 결정 장애를 일으킨 십대는 짜장면과 짬뽕조차 선택하지 못하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참으로 싫었나 보다.
또다시 입을 연 아이가 묻는다. “제가 지금 교회 와서 예배드리는 것보다 그 시간에 학원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나중에 좋은 대학을 가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일주일에 겨우 한 시간 예배드리러 오는 수험생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던지는 한마디가 부담스럽다. 십대는 오늘도 선택과 기회 앞에서 두 얼굴을 갖는다. 바로 근자감과 과잉 신중함이다.
#2. 후회는 시도하지 않을 때 임한다
1999년 코넬대학교 대학원생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 결과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높게 평가했고, 실제로 점수가 높은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낮게 평가했다. 다시 말해, 능력이 없는 사람은 오만한 생각으로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타인에 비해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다.
십대는 얕은 지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 검색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오해를 한다. 하지만 검색은 ‘피상적’이다. 수박 겉핡기식으로 알게 된 지식은 사람을 오만하게 만든다. 어떤 십대는 오만이 과잉돼 거만해지기도 한다.
또 어떤 십대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못한다. 너무 신중해 기회들을 고민으로 채우고 나중에 ‘후회’라는 한숨만 내쉰다. 결국 후회는 시도하지 않는 자들에게 임하는 심판과 같다. 오늘도 십대는 오만으로 거만하기도 하고, 날아가 버린 기회 뒤에서 그저 한숨만 쉰다.
#3. 왕의 신중함을 가져라
하나님께서 ‘후회’하셨다.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셨다(삼상 15:10~11). 사실 사울은 왕이 되기 전에 겸손한 사람이었다. 사울은 왕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짐 보따리 사이에 숨기도 했다(삼상 10:22).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자신의 힘으로 왕이 됐다고 여겼으며, 전쟁의 승리도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믿었다. 오만은 그를 교만으로 몰고 갔으며, 잠언의 말씀처럼 멸망으로 밀어 버렸다. 질투와 시기에 눈이 먼 사울은 영웅 다윗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다윗이 아비새에게 이르되 죽이지 말라 누구든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받은 자를 치면 죄가 없겠느냐 하고”(삼상 26:9).
다윗은 사울왕을 죽일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얻는다. 자신의 충정을 저버린 사울을 죽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부하를 시켜 사울을 죽이면 골치 아픈 문제들은 다 해결된다. 하지만 그는 신중했다. 사울을 죽이려는 충신 아비새의 창을 막는다. 그리고 한술 더 떠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사울을 살려 주면서 ‘내 주 왕이여’라고 부른다.
“사울과 요나단이 생전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자이러니 죽을 때에도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독수리보다 빠르고 사자보다 강하였도다”(삼하 1:23).
사울왕은 비참하게 죽었다. 다윗은 울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사울의 손자인 므비보셋을 찾아 그에게 할아버지의 땅을 모두 돌려준다(삼하 9:6~7). 다윗은 두 얼굴을 갖지 않았다. 그가 신중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님 때문이었다. 다윗의 신중함은 후회가 아니라 진정한 왕의 모습이었다.
십대는 자신들의 과한 신중함으로 기회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며, 후회의 한숨으로 밤을 지새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신중함이 다윗의 신중함을 닮기를 소망한다. 십대는 왕의 자녀로서의 신중함을 가져야 한다.
십대여, 왕의 신중함을 가지라!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