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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십대, 다른 세계로 이주하다!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사랑의교회)

십대, 메타버스에서 살다

“지금 빨리 가 봐야 돼요. 친구들이 기다린단 말이에요!”

급한 숨을 몰아쉬며 십대가 컴퓨터 앞에 앉아 다른 세상으로 사라진다. 십대는 어디로 가는 걸까? 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 즉 가상 세계에 자신들의 세상을 구축하고 있다.

십대는 ‘제페토’라는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에서 자신이 만든 아바타로 산다. 다른 아바타와 함께 공원도 가고, 사진도 찍는다. 때로는 유명 연예인들이 펼치는 공연도 이 메타버스 세상에서 이뤄진다. 십대는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간다.  

“엄마! 나 제페토에서 옷을 만들어서 팔아 볼까?”

십대는 우리가 있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상에서 직업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입을 수 없는 옷을 디자인해서 그 세계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십대는 ‘이 세상’에도 살고, ‘가상 세계’에서도 산다.


십대가 이동하고 있다! 

‘세계화’ 또는 ‘글로벌화’라는 말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제학자이자 교수인 시어도어 레빗이 1983년에 처음 사용했다. 그는 세계화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에 있는 국가들이 점점 하나의 생활권으로 결합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상호 교류를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세상에 퍼져 버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을 만나 갑작스럽게 언택트 시대가 됐다. 그리고 전 세계가 메타버스의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유명한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의 사용자는 2020년에 이미 1억 1천 5백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에 메타버스 세계관을 차용해 등장한 어스 2(earth 2)는 구글 어스 인공 사진 지도를 기반으로 재현한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다. 이곳에서는 가상 세계 속 지구의 땅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테슬라 창업주로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개발업체인 스페이스X와 손을 잡고 차세대 중형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리고 십대는 더 이상 현실 세상에서 만나지 않는다. 가상 세계에서 외모와 성격, 환경을 자신들이 직접 창조해 새로운 자아와 세상을 만들고 있다. 


우리도 데려가 줘!

“형들이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올리고 은 이십에 그를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팔매 그 상인들이 요셉을 데리고 애굽으로 갔더라”(창 37:28).

큰 나라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 그런데 그의 시작은 형들에게 버림받은 구덩이 속이었다. 양을 치는 작은 마을에서 형들의 시기로 구덩이 안에 버려진 그는 더 넓은 세계로 이주할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절대 애굽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종으로 팔려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으로 지하 감옥에 떨어지는 고난을 겪으면서 그렇게 요셉은 거대한 제국인 애굽, 즉 다른 세계로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세계이자, 자신을 팔았던 형들이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의 총리가 됐다. 

“이와 같이 야곱이 그 아들들과 손자들과 딸들과 손녀들 곧 그의 모든 자손을 데리고 애굽으로 갔더라”(창 46:7).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은 기근 때문에 더 이상 고향에서 살 수 없었던 자신의 가족 모두를 애굽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를 노예로 팔았던 형들에게 가장 좋은 땅 라암셋을 줬다. 

이 세상에서 십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멈추지 않는 시험 속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치열한 세상 속에서 근사하게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불가능의 함정에 빠진 십대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십대는 때로는 노예로, 때로는 억울한 누명을 쓴 죄인이 돼야만 갈 수 있는 다른 세계로 떨어졌고, 그 세계 속에서 성장해 가고 있다.  

그런 십대에게 부탁하고 싶다. “우리도 데리고 가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