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아빠의 변신은 무죄!
“목사님! 우리 아빠가 이상해요. 갑자기 어제 저한테 미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
사춘기에 접어든 십대는 아빠의 관심이 부담스럽다. 잔소리도 많고, 참견하는 것이 불편하다. 이제 십대에게 아빠는 자신을 이해해 주거나 자신의 문제를 쉽게 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렇게 십대는 아빠와 거리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아빠의 진심이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됐다.
그런 아빠가 갑자기 십대에게 ‘미안하다’는 고백을 하니 십대는 무척 당황스럽다. 도대체 아빠가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십대는 변한 아빠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달라도 너무 다른 아빠와 십대
25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책 가운데 하나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상담 전문가 존 그레이 박사는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을 잘 설명해 준다. 그는 남녀가 각각 다른 언어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상대방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며 이해해 주기 바라는 관계 속에서 갈등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으며 상대방을 자신의 사고나 행동의 틀에 맞추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서로 다른 남녀가 더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것처럼, 부모와 십대도 다르다. 발달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전 생애를 나이대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추구하는 모습이나 나타나는 현상이 다르다고 말한다. 특별히 에릭슨은 인간의 심리 발달단계를 8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그중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5단계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면서 자신에 대한 통찰과 또래 집단 안에서 관계를 맺어 가며 자아를 찾는 정체성 형성기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7단계에 해당하는 장년기의 아빠들은, 자신에게 몰두하기보다는 생산적인 일과 자녀 양육에 몰두하는 시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에 아빠들은 직장과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게 되거나 자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괴감에 빠지거나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아빠들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나타내기 원한다. 하지만 세대 차이를 당연시하는 문화 속에서 아빠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화성과 목성이라는 전혀 다른 행성의 문화 차이와 시대적 아픔을 아빠도 십대도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르기에 서로 사랑할 수 있는 관계
“사울이 그 말에 불쾌하여 심히 노하여 이르되 다윗에게는 만만을 돌리고 내게는 천천만 돌리니 그가 더 얻을 것이 나라 말고 무엇이냐 하고 그날 후로 사울이 다윗을 주목하였더라” (삼상 18:8~9).
이스라엘에 영웅이 탄생했다. 블레셋 거인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이긴 다윗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중 단 한 사람인 사울의 마음에 불같은 질투가 발생했다. 그는 백성이 왕인 자신보다 이 작은 영웅 다윗을 더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혼란에 빠졌다. 아마도 사울은 에릭슨이 말한 7단계에서 생산성에 대한 자신의 가치를 잃어버려 혼란을 느낀 것 같다.
반면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하나님을 향해 전심을 다하는 다윗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기 바랐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과 이스라엘을 위해 승산 없는 전쟁에도 자신을 던지는 다윗의 모습에서 그를 자신의 영웅으로 여기고,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게 됐다. 요나단은 또래 문화에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 것이다.
아버지와 십대는 다르다.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경험이 다르다. 배운 것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다. 또 심리 발달단계가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모두 달라서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아빠들은 힘들다. 그래서 변하기로 결심하고, 오늘도 떨어지지 않는 어려운 말을 한다. “얘들아! 미안하다.”
아빠도 십대도 뭐가 미안한 지는 모른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해야만 다가갈 수 있는 거리가 있음은 명확하다. 세상은 아빠와 십대를 구분하지만, 우리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다. 아빠와 십대는 다르기에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존재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