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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십대를 통해 자라나는 어른들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사랑의교회)

아이들은 자라 간다!

“이제 지금까지 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엄마, 아빠만 찾던 자녀들은 친구와 연예인 이름을 훨씬 많이 부를 것입니다. 부모님의 말에는 반응이 없고,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는 민감하게 반응할 것입니다. 그래도 서운해하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런 모습은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배울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장에 울려 퍼지는 교장 선생님의 연설에 서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빠들이 태반이다. 부모님은 훌쩍  커 버린 십대가 새롭다. 그리고 이제 청소년의 엄마, 아빠가 됐다는 현실이 새삼 자랑스럽다. 하여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간다.


거북한 어른, 거룩한 어른?!

제임스 파울러는 피아제의 인지 발달 이론과 콜 버그의 도덕관 발달 이론을 바탕으로 신앙 발달의 7단계를 주창했다. 파울러는 그중 3단계에 해당하는 청소년기에서 중요한 발달 단계는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십대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추상적 개념과 생각들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이던 권위와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의심과 충돌은 가족이라는 1차원적인 공동체에서 발현되기 시작해 점차 확대돼 간다. 

가정 울타리 안에서 영향을 주고받다가 이를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십대는 또래 문화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으려고 시도한다. 바로 이 포인트에서 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왜 굳이 가족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일까? 이런 십대의 모습에 부모들은 가슴이 답답하다. 

유진 피터슨의 책 《거북한 십대, 거룩한 십대》에서는 십대가 어른들에게 거북한 존재임을 분명히 이야기한다. 아울러 십대의 모습은 부모에게 있어 거울임을 알아야 한다고도 말한다. 사실 십대는 어른들과 함께하는 것이 모두 거북하다. 한편 엄마, 아빠는 기존 권위에 도전히고 거침없이 불만을 드러내는 십대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만일 십대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어른들에게 잘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어른들이 십대에게 조금만 더 친절하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든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발달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십대가 지금 성장하는 시간이라면, 어른들에게도 동일하게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들은 십대와 함께 성장을 공유하고 나눔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려야 한다. 그래서 십대는 어른들을 기다려 줘야 한다. 거북한 부모님이 조금 더 거룩한 어른이 될 때까지 말이다. 


어른들도 시간이 필요하다

“사흘 후에 성전에서 만난즉 그가 선생들 중에 앉으사 그들에게 듣기도 하시며 묻기도 하시니 듣는 자가 다 그 지혜와 대답을 놀랍게 여기더라”(눅 2:46~47).

예수님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예루살렘성전 주변에 있던 뛰어난 교사와 선생들은 이제 갓 십대에 접어든 열두 살 예수님의 질문과 대답에 넋이 나갔다. 십대 예수님이 던진 이야기는 어른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니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열두 살 예수님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들은 놀라운 진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어른답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십대인 예수님의 이야기에는 권위가 있었다. 어른들도 행복하게 배울 수 있는 권위 말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오는 것은 명백한 진리이다. 따스한 봄은 강압적이지 않다. 이처럼 진정한 권위는 자연스럽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야기는 그토록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스며들어 모두가 십대 예수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분명 어른들은 강압적일 때가 있다. 하지만 십대도 어른들에게 고압적일 때가 있다. 그렇게 서로에게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존재가 돼 버린 속에서 우리는 모두 아파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십대도 어른들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 엄마, 아빠가 십대와 함께 성장하며, 십대의 이야기 속에서 감탄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어른들도 더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십대의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