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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9월

십대를 위한 사랑의 탕진

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엄마가 울었다

“고등학생인 딸은 자신의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소리를 지르고, 폭언을 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십대 자녀의 과잉 행동으로 인해 수척해진 엄마는 이야기를 이어 나아간다.

 “아빠가 말려도 소용없어요. 남동생이 둘 있는데, 동생들도 누나가 그럴 때마다 불안해해요. 둘째도 사춘기인데 얘도 그러면 어떻게 하죠?”

눈물을 떨구던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미어진다. 도대체 이 십대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수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도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돼 가족을 공격하고, 이런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은 어떤 상태일까? 사춘기 십대의 폭언과 불안에 떠는 두 아들,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남편.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엄마는 삶이 버겁다. 그래서 울었다. 


엄마와 십대의 불편한 동거

발달 심리학자 다니엘 레빈슨은 중년기의 발달 단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중년기의 여성(엄마)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새롭게 생각하고, 전보다 더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현상은 가정에서 강하게 나타나는데, 집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가구나 장식품을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남편과 자녀들 사이에서 보다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소망한다. 

하지만 자녀들은 이미 십대 중반에 접어들었기에 이런 엄마의 소망은 이뤄지기 쉽지 않다. 이미 커 버린 십대는 발달 단계상 자아 정체성에 대한 갈망에 빠져 가정이 아닌 또래 문화 속으로 사라졌다.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고 의미를 발견한다.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 소중해지고, 그동안 집에서 누렸던 부모님의 사랑과 보호는 귀찮은 것이 돼 버렸다.

이렇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 십대에게 엄마의 요구는 듣기 싫은 잔소리로 전락해 버렸다. 그리고 이는 십대의 자유에 가장 큰 걸림돌이자 공격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십대는 엄마가 아무리 사랑을 담아 이야기해도 들을 수가 없다. 그런 십대의 모습에 엄마는 당혹스럽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엄마는 다시 한번 힘을 내, 십대가 집으로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집에서 가정을 지키려는 엄마와 친구들을 위해 집을 나가기 원하는 십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된다. 


더 많은 사랑을 탕진하는 엄마

“그 후 며칠이 안 되어 둘째 아들이 재물을 다 모아 가지고 먼 나라에 가 거기서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낭비하더니”(눅 15:13).

어느 마을에 아버지와 두 아들이 살고 있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재산의 절반을 요구했으며, 많은 재물을 가지고 집을 떠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다. 성경은 이 장면을 ‘허랑방탕하다’고 말한다. ‘허랑방탕’이란, 언행이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하며 주색에 빠져 행실이 추저분하다는 뜻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둘째 아들의 모습은 사춘기 십대의 불편한 모습과 꽤 닮았다. 

성경 속 둘째 아들을 우리는 ‘탕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탕자보다 우리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의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탕자의 괘씸한 모습에 화를 내거나 아들의 잘못을 꾸짖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내주고, 그의 앞을 막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저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아버지의 재산을 다 탕진하고 더 이상 자신을 받아 줄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 탕자는 그때서야 아버지에게 돌아온다. 

“이에 일어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니라 아직도 거리가 먼데 아버지가 그를 보고 측은히 여겨 달려가 목을 안고 입을 맞추니”(눅 15:20). 

아버지는 아들이 돌아온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끝없이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의 모습은 자녀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탕진하고 있는 이 시대 부모님의 모습과 같다. 탕자가 허랑방탕하게 써 버린 아버지의 재산보다 더 많은 사랑을 아들에게 내어 주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거룩한 사랑의 탕진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십대의 엄마는 사춘기 십대를 위해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탕진해야 십대가 돌아올까?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도 엄마는 십대를 위해 사랑으로 기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