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과 초콜릿, 그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

사랑은 무슨 맛일까?

해가 바뀌고 2월쯤 되면, 교회별 중고등부 내 인기 순위가 정리된다. 착하고 친절하고 훈남인 교회 오빠들의 존재감은 2월 14일, 절정에 달한다. 그들의 양 손 가득 들려진 초콜릿을 보라! 발렌타인 초콜릿은 언제나 그들의 차지다! 발렌타인 데이는 사랑이 결코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진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그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맛이란 정말이지 초콜릿을 닮았다.
초콜릿 하나 받아보지 못했을지언정 발렌타인이 가톨릭의 성인 이름이라는 것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다.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성 밸런타인 주교가 군인들의 군기 문란을 우려하여 남자들을 더 많이 입대시키기 위해 결혼을 금지하던 황제의 명령을 어기고 군인들의 혼배성사를 집전했다가 순교한 2월 14일을 기념하기 위한 축일이었단다. 이날에 초콜릿을 보내는 관습은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960년 일본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통해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써 정착되기 시작했단다.

나쁜 초콜릿 or 착한 초콜릿
사람들이 초콜릿에 열광하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8세기 사상가들은 초콜릿 하우스에 모여 평등과 자유를 토론하고, 인권을 열렬히 옹호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먹었던 초콜릿은 노예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는 사실,! 오늘날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절반 가까이가 서부 아프리카 정글에서 생산된다. 카카오는 봉봉, 크뤼플, 핫 초코, 쿠키, 크림, 시럽, 그리고 오늘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판형 초콜릿들로 만들어져, 세계 곳곳에서 초콜릿 애호가들을 즐겁게 하는 달콤한 과자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카카오 재배를 위한 노동의 현장에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은 이 카카오가 초콜릿의 재료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이 아이들은 초콜릿이라 불리는 군것질거리 하나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초콜릿 하나의 값은 닭 한 마리나 쌀 한 자루를 살 수 있는 돈이고, 한 아이의 사흘치 품삯보다 많다.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간식인가? 어쩌면 초콜릿은 문화적 아이러니요, 지구 마을의 경제 윤리적인 문제의 아이콘이다.

사랑은 고백되어야 한다
발렌타인데이 초콜릿에 담긴 메시지는 ‘사랑해’ 이다. 상인들이 돈을 벌 목적으로 발렌타인 데이와 초콜릿을 연결했을지언정, 그 초콜릿이 전하는 사랑이 진정성 있는 아가페적 고백이라면, 초콜릿은 비싼 몸값을 가질 만한 가치가 있다. 아프리카의 검은 열매 카카오를 통해 지구 반대편 소외받는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아프리카 아이들의 고된 노동은 헛되지 않다.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롬 12:20)는 성경의 가르침대로 나의 감정을 움직이는 이성에게만이 아니라 ‘원수’들 조차 사랑하게 되고, 그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면 발렌타인 데이는 손꼽아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누군가를 사랑해 보았는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은 분명 초콜릿의 달콤함을 닮았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감정만이 아니다. 그것은 행동이요, 고백이다. 사랑을 고백해 보았는가?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사람에 대한 고백도 어렵지만, 그 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은 나를 적대시하고 모멸하는 상대에 대한 사랑의 고백이다.
오늘 우리의 이웃들은 교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적대적인 이 세상을 향하여 선행을 베풀고 용기내어 고백할지라도, 그 순수한 사랑의 고백조차 거절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사랑이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거부했던 이 세상은, 우리의 사랑도 거부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약속이 있다. 우리가 사랑할 때, 예수님께서 우리를 그의 제자로 인정해주신다는 약속 말이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5)” 우리는 제자인가? 사랑을 거부하는 세상을 향하여 물과 피를 쏟아 끝까지 그 사랑을 고백하셨던 예수님처럼, 그렇게 세상을 향하여 사랑을 고백하는, 그런 2월이 되자! 해피 발렌타인!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