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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주일은 쉽니다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멍 때리기 대회, 아무것도 하지 마!
안정적인 심박 수로 멍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쉽게 말해 아무것도 안 하고 오래 있으면 이기는 것이다. 이것이 ‘멍 때리기 대회’의 규칙이다. ‘제2회 한강 멍 때리기 대회’의 경쟁률은 무려 31대 1! 이 황당한 대회에서 70명의 본선 진출자들을 물리치고 가수 ‘크러쉬’가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만사가 귀찮은 우리 십대들. 공부하기 싫고, 책 읽기 싫고, 밥 먹기도 싫고, 친구 만나기도 싫다. 핸드폰 만지기도 귀찮고, 마우스 클릭하기도 지겨울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면 내가 지존! 이 생각으로 멍 때리기에 도전해 보지만, 막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5분만 지나면 몸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꿀잼 신작 게임 광고, 쉴 새 없이 울리는 단톡방 알림, 요일별로 업데이트 되는 웹툰, 실시간 검색어의 유혹에 결국 무너지고 만다. 아무것도 안 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쉬어야 산다
뇌 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인지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뇌는 ‘디폴트 모드’(default mode)가 된다. 마치 휴대폰을 초기화시킨 것처럼 처음의 깨끗한 상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때문에 멍 때리는 동안 뇌가 더 활발히 활동해 집중력이 상승하고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러고 보니 뉴턴은 멍 때리던 중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 멍하니 있다가 밀도와 부피에 관한 깨달음을 얻어 “유레카(Eureka)!”라고 외쳤다. 하지만, 생각을 멈추고 뇌를 쉬게 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우리는 뇌를 쉬게 하려고 공부를 하지 않는 대신 핸드폰 게임을 하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책을 보는 대신 웹툰을 본다. 미안하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일하는 중이다. 우리 몸이 쉬고 있다고 해도 머리에 걱정이 가득하고 마음에 불안이 차오른다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다.


Keep It Holy
무려 400년이다. 꿈쟁이 요셉이 형들의 미움을 받아 애굽으로 팔려 온 때부터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이스라엘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 자신들이 누구의 백성인지 말이다. 애굽의 군주 바로는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성과 태양신의 신전을 짓는 데 히브리인들을 강제로 동원시켰다. 지푸라기와 진흙을 재료 삼아 벽돌 하나까지 직접 만들어야 했으니 그 노동의 강도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수퍼 히어로 모세의 등장과 스펙터클한 열 가지 재앙으로 애굽을 벗어나 시내 산에 도착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여호와께서 열 가지 명령을 주신다. 그중 네 번째 명령은 정말 특별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그날은 아무 일도 하지 말라니! 수백 년간 쉬지 못했던 그들에게 얼마나 낯선 명령인지. ‘너희는 이제 애굽 왕 바로의 노예가 아니라, 나 여호와의 백성이다. 안식일이 되면 내가 쉬었던 것처럼 너희도 쉬어라. 그것은 너희가 나의 백성이라는 증표가 될 것이다. 나 여호와의 백성은 일곱 날 중에 하루 일하지 않아도 굶지 않을 것이며, 그 하루를 여호와를 섬기며 헌신하더라도 결코 주리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약속은 허세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백성을 먹이고 돌보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광야생활 40년 동안 증명하셨고, 지난 수천 년의 교회 역사를 통해 입증하셨다. 이제 우리 차례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주일엔 주님 안에서 쉰다. 주의 날에는 나를 위한 일을 멈추고 주를 위한 일에 힘쓴다. 예배드리는 동안 학원 가서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며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기에 이 뜨거운 계절에 여름수련회와 말씀 안에서 영혼의 참 쉼을 누린다. 간절한 기도를 통해 미래에 대한 걱정을 쉬고 내일에 대한 염려를 멈춘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수천 마일을 비행하는 알바트로스처럼, 더 멀리 더 오래 날기 위해 은혜의 바람에 우리 인생을 맡기고 날갯짓을 쉬는 것이다. 그것이 하나님 백성인 우리가 쉬는 법이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