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보람 혹은 짜증
쉬워야 한다. 지루하지 않아야 한다. 봉사 시간을 많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꿀 봉사 활동 3대 조건’이다. 관공서 청소나 서명 운동은 기본. 유기견 산책 봉사, 독거 어르신들과 일촌 맺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책 낭독 봉사, 외국 학생들과 미션 수행하며 한국 문화 체험하기, 인터넷 선플 달기, 봉사 시간 4시간을 받을 수 있는 헌혈까지! 중고생 봉사 활동이 교육 과정으로 결정된 1995년부터, 1년에 평균 20시간 이상을 채워야 하는 봉사 시간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행평가, 내신 관리, 수능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대한민국 중고생들에게 또 하나의 부담이 돼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봉사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쩔 수 없이 신청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시험이 끝난 주말에 친구들과 봉사 활동을 하고 돌아오면 왠지 뿌듯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봉사한다는 것,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성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봉사 활동을 찾아 자원봉사 센터 홈페이지와 각종 봉사 활동 사이트에 접속하는 청소년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 ‘자원’ 봉사입니까?”
봉사 스펙 쌓기?
‘봉사’의 반대말은 아마도 ‘의무’가 아닐까? 학교 입학 원서와 자기소개서에 봉사 내용을 적는 항목이 있으니 의무적으로 봉사 활동을 신청하고 억지로 그 시간을 때우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 어떤 어른들은 “자원하지 않은 봉사는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봉사를 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자원하는 마음이든 의무적인 마음이든 봉사 활동 자체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봉사 활동을 내 인생과 미래를 위한 ‘스펙’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을 때 선행의 공적을 쌓아야만 천국에 이른다’라는 가르침은 여러 종교에서 주장하는 교리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고, 아픈 사람을 보살피며, 외로운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아름다운 봉사 활동이다. 그러나 봉사의 결과로 내 영혼이 구원받고 천국에 이른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성경과 정반대의 생각이다. 성경 66권이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행한 어떤 선행이나 봉사가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다. 선행과 봉사로 천국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이미 천국의 시민이 됐기 때문에 천국 시민답게 선을 행하고 타인을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서 선을 행하고 그 결과로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점수를 넘어 사명이다
임금님의 갑작스런 칭찬에 오른편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저희들이 임금님께 음식과 마실 것과 입을 것을 드렸다고요? 저희는 그런 적이 없는데요?”, “아니야, 너희 곁에 있는 작은 형제에게 한 것이 바로 나에게 한 거야.” 이어지는 난데없는 꾸지람에 왼편 사람들도 난감했다. “저희가 임금님이 배고프실 때 음식을 드리지 않고 목마를 때 마실 것을 드리지 않았다고요? 그럴 리가요!”, “아니야, 너희들과 함께 있는 작은 형제에게 하지 않은 것은 나에게 하지 않은 것과 같아!”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이 이야기 속에서 봉사에 대한 예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곁에 있는 작은 사람에게 한 것이 바로 예수님께 한 것이다. 우리 예수님께서는 섬기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 주님의 봉사와 섬김은 3년이 넘는 그분의 삶에서 매 순간 확인되고, 골고다 십자가에서 빛을 발한다. 주님께서는 온 인류의 구원을 위해 죽기까지 봉사하셨다.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내 시간과 땀을 사용하는 것은, 의무적으로 봉사 시간을 채우고 인간적인 보람을 느끼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우리는 예수님을 사랑하니까 봉사한다. 70억 인구가 모여 사는 지구촌의 일원인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게 돼 있다. 만약,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가 아닌 타인을 위해 살아간다면? 이 땅의 모든 청소년이 의무가 아닌 기쁨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한다면? 그 봉사의 결과가 내게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자체를 보람과 만족으로 여긴다면? 예수님처럼 세상을 섬기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아주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에게 봉사는 점수가 아니라 사명이니까! 그래, 친구야! 우리, 봉사 활동 가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