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6년 10월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과월호 보기 김경덕 목사 (사랑의교회 주일학교 디렉터)

이어폰, 뭣이 중헌디?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 음질은 기본, 해상도와 밸런스도 중요하다. 차음성이 좋아야 하며 타격감까지 갖췄다면 궁극의 이어폰이다. 이어폰은 스마트폰과 함께 십대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아이템이다. ‘또 고장이야~ 내 가방 속에는 이어폰 줄을 꼬아서 묶어 놓는 요정이 살고 있는 것이 틀림없어!’ 엉켜 버린 이어폰 줄을 급하게 풀다 보면 무리가 생겨 고장 나고 접촉 불량이 되기 일쑤. 그렇게 새로 사고 또 고장 나 책상 서랍에 뒹구는 이어폰들이 벌써 몇 개인지. 새 이어폰을 사려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이어폰 매장을 찾는 십대들. 착용성이 좋은 ‘커널형 이어폰’도 있고, 음질이 뛰어난 ‘오픈형 이어폰’도 있다. 가성비가 좋은 착한 가격의 이어폰도 있고, 마린보이 박태환이 즐겨 하는 소음 제거 기능을 갖춘 블루투스 헤드폰의 경우 수십만 원을 훌쩍 넘는다. 수많은 이어폰 중에 내 귀에 꼭 맞고 나를 만족시키는 이어폰을 고르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이어폰이 난청을 유발하고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어폰을 포기할 수 없다. 좋은 소리를 더 깨끗하고 더 정확하게 듣고 싶으니까.


십대, 소리에 집중하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십대들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교실 혹은 거리에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고 흥에 넘쳐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이어폰을 꽂은 채 길을 건너다가 빵빵거리는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지 못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어를 공부할 때,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지하철에서 드라마를 볼 때, 버스에서 예능을 볼 때, 독서실에서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을 들을 때, 이어폰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그뿐인가.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동생이 떠드는 소리가 짜증날 때, 아빠랑 오빠가 축구 중계를 보며 흥분하는 소리가 신경 쓰일 때 이어폰은 얼마나 고마운 물건인지.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다른 소리에 방해받지 않으면서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이어폰은 필수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묻고 싶다. “너희는 무엇을 듣고 있니?”


I Am the Voice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I am the voice)’ 권력자 헤롯은 세례 요한의 이 소리가 지긋지긋했다. 민족을 배신하고 얻은 헤롯의 권력은 영원하지 않을 것이고, 약속된 메시아가 와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것이라고 외치는 사막의 선지자 요한은 그에게 통제 불능이었다. 세례 요한의 날선 회개의 외침을 참다 못한 헤롯은 그를 붙잡아 참수형에 처한다. 이제 듣기 싫은 그 소리를 더는 듣지 않아도 되겠지. 그러나 요한은 죽었지만, 그의 소리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요한의 외침 그대로 예수님께서 등장하셨고, 헤롯의 제국 로마는 무너졌지만 예수님의 나라는 지금도 강성해 가고 있다. “빛이 있으라” 하시며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신 하나님의 소리도,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말씀하신 예수님의 소리도, 모든 성경의 말씀은 문자로 기록되기 전 소리로 먼저 존재했다. 문자로 기록된 하나님의 소리를 우리는 소리 내어 읽고  암송하며, 소리로 전해지는 설교를 듣는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예수님의 오심을 외치는 소리로 살았던 것처럼, 광야 같은 세상에서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전하는 소리로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정체성이다. 그렇다. 우리가 바로 소리다!
성경은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말한다. 우리가 듣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 준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있는가? 오늘도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꽂고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며 유튜브와 SNS에서 동영상을 찾는 우리가, 세상의 수많은 소리 가운데 꼭 들어야 할 소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 이 시대를 향해 말씀하시고,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소리에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나님의 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세상을 향한 소리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우리, 이 가을에 하나님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우리의 두 귀에 말씀의 이어폰을 꽂는 순간 세상의 소리는 사라지고, 하나님의 소리가 선명히 들려올 테니. 쉿, 조용히~ 자, 이제 Play!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