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금동훈 목사 (사랑의교회)
십대, 선택 앞에서 고통하다
“반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안 걸어요.”, “아이들이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노란 개나리꽃이 피는 3월은 학생들에게 모든 것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특별히 새 학기 초반에는 반에서 새 친구를 찾으려고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하고, 혹시나 왕따를 당할까 염려하며 마음 졸인다. 학생들은 서로에게 친구로 선택받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를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십대들은 그의 말처럼 자신의 영혼을 찾기 위해 진정한 친구(soul mate)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친구로 선택받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친구를 선택하는 일은 그것보다 더 어렵다. 새 학기에 교실은 선택하기와 선택받기로 뜨겁다.
십대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선택’으로 인해 피곤하다. 이는 따뜻한 봄 아지랑이 대신 차가운 눈보라를 몰고 온다. 따뜻한 3월인데, 십대 청춘들은 그 눈보라로 고립됐다.
“살려 주세요! 우리 여기에 갇혀 있어요!”
B와 D 사이에 C, 그리고 W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하나인 『햄릿』에 이런 글귀가 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햄릿은 고뇌한다. 복수를 위해 선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이 고통스럽다. 이러한 삶의 선택을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영어 알파벳으로 묘사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출생(Birth)과 죽음(Dead) 사이의 선택(Choice)이 인생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인생에서 선택은 그만큼 중대한 일이다. 하지만 출생과 죽음을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십대에게 선택 역시 익숙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고통스럽다. 그렇게 십대는 이 시대의 햄릿이 되어 ‘햄릿 증후군’을 앓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가운데 선택을 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는다. 선택을 받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선택을 받든지, 선택을 하든지 그 이후에 밀려드는 염려가 ‘후회’로 돌아온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댄 길버트는 선택 후에 밀려오는 후회를 W(Wandering Mind)라고 말했다. 그는 이 ‘후회’가 행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십대들은 출생과 죽음 사이에서 좋은 선택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리고 선택 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후회’로 마음이 너덜너덜하다.
* 햄릿 증후군 :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뒤로 미루거나 타인에게 결정을 맡겨 버리는 선택 장애 상황
영웅의 선택과 하나님의 택함 사이
모세는 애굽 관리자와 자신의 민족 사이에서 민족을 선택해 살인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는 왕궁에서 나와 살인자 신세로 도망 다닐 수밖에 없었다. 40년의 도망자 세월 동안 모세는 행복할 수 없었다. 동족의 자유를 위한 자신의 선택은 결국 스스로를 광야에 가뒀다. 그의 불행은 W(Wandering mind)로 변해 자기 자신을 40년 동안 괴롭혔다.
“모세가 이 말 때문에 도주하여 미디안 땅에서 나그네 되어 거기서 아들 둘을 낳으니라 사십 년이 차매 천사가 시내 산 광야 가시나무 떨기 불꽃 가운데서 그에게 보이거늘”(행 7:29~30).
민족의 친구가 되기 원했던 한 영웅의 선택은 후회가 돼 돌아왔다. 후회의 40년을 보낸 모세는 또 다른 선택 앞에 놓였다. 그것은 바로 ‘택함’이다. 하나님의 선택 앞에서 어그러져 버린 영웅은 그 선택을 거절한다. 아마도 40년 동안 반복했던 후회가 그를 그렇게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택은 견고했다. 모세는 하나님의 선택 앞에서 결국 항복하고 시내 산에서 내려간다. 그는 자신이 원했던 선택으로 항복했지만, 하나님의 선택으로 행복해졌다.
십대들은 가시나무 떨기 불꽃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나야만 한다. 그때서야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선택을 받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란 것을 말이다. 세상은 십대를 항복시키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십대를 행복하게 하신다.
“하나님은 너를 기쁨으로 선택하셨단다!”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