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이수영 기자>
순간 머릿속을 번개처럼 스친 아이디어가 있어! ‘만들기만 하면 히트작이 될 텐데 거쳐야 할 단계가 한두 개가 아닌 걸. 꼭 필요한 부품이 외국에만 있는데 수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용도 꽤 많이 들겠는데….’ 이런 고민을 할 때 문을 두드리게 되는 곳이 있어.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과 투자처를 연결해 주기도 하고, 내가 만든 상품을 수출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주기도 하는 곳이지. 이번 호 <큐틴>은 이진영 선생님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Q. 어떤 일을 하시나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KOTRA)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로 일하고 있어요. KOTRA는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에 잘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 투자 기관이에요. 저는 외국인 또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 및 홍보 업무와 KOTRA에서 발간하는 영문 월간지 <Invest Korea>에 편집장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Q.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우리나라는 대외 무역 의존도가 큰 나라예요. 수출과 수입이 원활하지 못하면 경제에 큰 타격이 오죠. 그런데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이나 수출입 과정 등은 나라마다 각기 다양해요. 그래서 무역 대상국의 시장 조사가 꼭 필요하죠. 대기업이라면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어려워요. KOTRA는 84개국에서 127개의 무역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곳을 최대한 활용해서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나 우리 기업 상품의 전시 및 홍보, 시장 개척 등에 대해 도움을 드리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싶은 외국 자본과 우리나라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일도 굉장히 중요해요. 국내 기업이 자본금 중 일정 비율을 외국으로부터 투자받으면 세금 감면 등 혜택이 많거든요. 그런데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에 진출하려면 규제가 많아 허가받기가 까다로워요. 저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우리나라에 공장 등을 세우고 싶어 하는 외국 기업의 경우, 부지도 알아봐 주고 허가 과정 등에 도움을 주기도 하죠.
이처럼 국내외의 자본과 기업을 잘 연결해 무역량이 증가하도록 도우며 질적인 우수함까지 추구하고 있어요.
Q. 언제부터 이 일을 꿈꾸셨나요?
중학생 때 신문에서 국제 통상 전문가 김의기 선생님의 기사를 읽었어요.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의 꿈을 품고 일하시던 분이죠. 그분의 도전 정신에 감명을 받아, 언젠가는 세계를 무대로 일해 보겠다는 꿈을 품었어요. 그러던 중 외국에서 공부를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미국에서 공부하던 중 단기선교를 갔는데, 커피 사업을 하며 선교를 하시는 선교사님을 만나게 됐어요. 사업과 선교를 병행하는 것을 ‘비즈니스 미션’(Business As Mission)이라고 하는데, 내 길은 바로 이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월가(Wall Street)에서 M&A 전문가로 일하게 됐죠.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더라고요. 고민하다가 2년 만에 사직하고 귀국해서 비즈니스 미션을 위한 길을 찾아보던 중, KOTRA에서 일하게 됐답니다.
Q. 일하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경험하신 에피소드가 있다면 나눠 주세요.
KOTRA에 들어오게 된 것부터가 하나님의 섭리예요. 채용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그런데 그때가 막 인도네시아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후, 비즈니스 미션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새롭게 했던 때였어요. 평소처럼 열심히 예배드리고 훈련도 받으며 준비했을 뿐인데, 하나님께서 합격의 기쁨을 주셨어요.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져서 외국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일도 많아요. 그래서 KOTRA에서 그것을 지원해 주는 ‘글로벌 M&A 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죠. 그 TF팀의 창립 멤버로서 센터를 성공적으로 오픈했어요. 일은 힘들었지만, 매주 수요일 신우회예배에 참석하면서 신앙적으로 많은 은혜를 받았어요. 일과 신앙이 균형을 이뤘던 때였어요.
그런데 넘어지는 것도 한순간이었어요. 회사에서 인정을 받게 되니 신앙생활을 소홀히 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난데없이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어요. 해외 출장을 밥 먹듯 가야 하는데, 비행기 공포증이라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세상과 가까워지니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것이었죠.
그때 엉클어져 있던 제 삶을 점검했어요. 그리고 제 삶을 다시 주님께 맡기겠다고 결심하고 길을 보여 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외국인 투자 업무를 총괄하시는 본부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셔서 지금의 업무를 추천하셨어요. 놀라운 것은 다시 업무와 신앙의 균형을 잡아 가며 열심히 일하다 보니 장관 표창을 받는 등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거예요.
저는 예전부터 시간의 80%를 하나님의 일에 쓰자고 다짐했어요. 새벽기도도 꼭 하려고 노력했고요. 꼭 새벽기도일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이렇게 결단하고 실행할 때, 하나님께서 분명한 방향을 보여 주시고 내 삶을 정돈해 주세요. 그리고 꼭 필요한 사람을 만나게 해 주시는 것을 숱하게 경험했어요. 하나님께서는 내 시간을 이유 없이 요구하시지 않아요. 하나님께 인색하지 않은 <큐틴> 친구들이 돼 보세요. 그럴 때 더 풍성하게 채워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Q. 일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무역량이 줄었죠. 화상 회의를 주최해서 기업의 수출길을 열어 주고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을 외국 자본과 잘 연결해 투자 유치가 성공할 때 정말 보람을 느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외국어 구사 능력이 기본이에요. 영어는 물론, 다른 언어도 한두 개씩 배우기를 추천해요. 전공은 제한이 없어요. 오히려 학부에서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하면 실무에 도움이 많이 돼요. 그러나 경제와 통상, 회계 등 비즈니스에 관련된 지식은 꼭 필요해요. 또한 편견 없이 다양한 사람을 대할 줄 아는 포용력과 능동적인 자세가 중요하죠. 유학이나 교환 학생 등 해외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좋은 일이에요. KOTRA나 수출입은행 등 대부분의 공공 기관은 홍보 투어와 인턴십 과정 등을 운영하고 있으니 용기 있게 도전해 보세요. 보다 공적인 영역에서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Q. 앞으로의 비전을 나눠 주세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십대나 청년들에게 멘토가 돼 주고 싶어요. 그리고 제게 주신 사명인 비즈니스 미션 전문가로서 해외 선교사님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는 데 쓰임받고 싶어요.
Global Business Specialist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가
하는 일
국내외의 자본과 기술을 연결해 투자를 유치하고 수출입을 지원하며 시장 동향을 살피는 등 무역의 양과 질이 발전하는 데 기여함
업무 수행 능력
분석력, 외국어, 사교성, 도전 의식, 진취성 등
되는 길
주로 관련 공공 기관이나 해외 영업 부서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음
지식
경제, 무역, 회계, 금융, 유통 등
관련 학과
경제학과, 무역학과, 국제통상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