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이수영 기자>
커다란 캔버스에 찍혀 있는 작은 점 하나, 혹은 어둡거나 밝은색으로만 가득한 그림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니? 작가에 따라 무한대로 확장되는 예술 세계는 정말 매력적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기도 해.
그러나 염려하지 말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는 이런 ‘예알못’을 위해 작품의 배경과 제작 과정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도슨트가 있어. 강혜연 도슨트를 통해 우리도 예술의 세계에 한번 빠져 볼까?
Q. 도슨트는 무슨 일을 하나요?
도슨트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을 말해요. 그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상관없지만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작품을 다 이해하기 어려워요.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배경과 과정,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등에 대해 알면 작품이 이전과 다르게 다가오죠. 이처럼 도슨트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품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는 안내자라고 할 수 있어요.
Q. 어떤 계기로 도슨트를 하게 되셨나요?
저는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어요. 전공을 살려 무역 회사에서 수입과 수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해외 출장이 잦았죠. 현지에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잠깐의 휴식 시간이 생기면,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같은 곳에 방문했어요. 그러면서 이국에서 바쁘게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을 했죠.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도 시간이 날 때면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며 즐거움을 누리고, 재충전하는 게 습관이 됐어요.
그런데 우연히 지인이 도슨트 관련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아 보면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전시회 기획과 작품 관리를 주로 담당하는 큐레이터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어요. 그러나 도슨트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와 같아,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꼭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가능하거든요.
오히려 저처럼 문학이나 역사 등 다른 것을 전공하면 더욱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죠. 그래서 아트 딜러 교육을 받게 됐어요. 아트 딜러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며 작품을 원하는 사람과 연결해 주죠. 처음에는 저도 취미 삼아 주변 지인을 대상으로 그림을 소개하다가, 직업적인 도슨트의 일로 나가게 됐어요.
Q. 도슨트로 일하시며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제가 해설하는 작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람객이 감동받을 때 참 보람돼요. 특히 외국인에게 훌륭한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는데, 그분들이 정말 좋다고 말하며 도록을 살 때 큰 보람을 느껴요. 제가 작가와 관람객 사이의 길을 열어 드린 것 같아 뿌듯하죠.
그리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 중 하나는 제게 영어를 잘하는 달란트를 주셨다는 거예요.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아트 페어(Art fair)인 ‘Frieze’가 한국과 협약을 맺어, ‘Frieze Seoul’이라는 이름으로 2022년부터 5년간 한국에서 열리게 됐어요. 그래서 해외에서 한국으로 아트 투어를 오는 외국인이 많아졌죠. 그래서 영어 도슨트 수요가 늘어나 기쁨으로 일하고 있어요.
한창 바쁘게 일하며 심신이 지칠 때, 그림을 감상하면 하나님께서 제게 새 힘과 좋은 아이디어를 주셔서 그 힘으로 또 한 차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미술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이 좋은 에너지를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해요.
Q. 도슨트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트 페어나 전시회에서는 장시간 서서 일해야 해요. 거기에 더해 작품을 설명하는 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해요. 친구들과 편하게 대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이 많이 소모돼요.
인내심 또한 필수예요. 내가 힘들다고 지친 표정으로 성의 없이 관람객을 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미소를 띠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관람객을 대하는 일에는 큰 인내심이 필요해요.
사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인내심과 집중력,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관람객에게 친절하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이려 해도 체력이 없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친구들도 꼭 염두에 두고 건강 관리에 미리미리 힘썼으면 좋겠어요.
Q. 도슨트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죠. 그러기 위해서는 장시간 인내심을 갖고 한 작가에 집중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을 마스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죠. 동시에 유행하는 흐름에 대해 공부하고 작품을 보기 위해 발로 뛰는 열정도 있어야 해요. 내가 좋아하는 작품만 다룰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창작자에 대한 애정과 존중도 필요해요.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흔한 액자 속 그림 한 점일 수 있지만, 작가에게는 영혼의 한 조각이 담긴 귀한 작품이거든요. 그런 작품을 알아보고 소개하는 일을 하려면, 기본 바탕에 애정이 깔려 있어야 해요.
또한 가끔 작품을 해설하다 보면 엉뚱한 질문을 하는 관람객도 있어요. 이런 질문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 언제나 준비하고 공부해야 해요. 임기응변 능력이 있다면 도움이 되죠.
Q. 도슨트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예술과 일상이 연결되는 순간을 더 자주,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 모든 작품에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상이 반영돼 있거든요. 내가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던 어떤 사회적 사건이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돼 작품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전율이 일죠.
예술이라 하면 뭔가 고급스러운 문화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데, 그 원천은 결국 우리의 일상이에요. 산을 테마로 작업하는 전시를 보고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작가가 자신의 일상과 살아가는 방식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어요.
Q. 앞으로의 비전을 나눠 주세요~
저는 SaGA(사랑글로벌아카데미)에서 일터선교학을 공부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문화 명령을 이뤄 가야 할 사명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일터선교학을 통해 제가 하는 일이 좋아하는 일을 넘어서서, 사명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죠.
더 많이 공부하고 기도로 준비해서, 좋은 작품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SaGA의 수료생 모임에서 문화 영역에 몸담고 있는 동역자들과 함께 네트워킹을 이뤄 하나님 나라의 멋진 일터선교사로 살아가고 싶어요!
Docent
도슨트
하는 일
미술관, 박물관 등에서 관람객에게 작품과 작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
업무 수행 능력
표현력, 분석력, 예술 시각 능력,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등
되는 길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이수하거나 사설 교육 기관에서 과정을 수료함
지식
예술, 미술, 역사, 디자인, 고고학 등
학과
회화학과, 조소학과, 문학과, 사학과, 고고학과, 철학과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