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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악마의 전략을 파악하자!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To. 사랑하는 <큐틴> 형제자매에게
이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곳이란다. 어제는 우리나라가 초저출산국가로 들어서게 되면서 시골뿐만 아니라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까지도 폐교 위기에 놓였다는 기사를 봤단다.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가 근래 50만 명 수준이었는데, 수년 내에 30만 명으로 추락할 것을 전망하는 우리나라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기사였단다.


모두가 친구였던 그 시절
나는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부르던 때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야. 1989년의 우리 동네는 인구가 급격히 유입되는 지역이었고, 내가 졸업한 국민학교의 6학년 3반 정원은 무려 89명이었지. 39명의 오타가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정말 89명이었단다. 작은 교실에 89명이 앉아 있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겠니? 그런데 그때와 같은 크기의 교실에서 지금은 25~30명 정도가 생활하니, 교육 환경이 정말 좋아졌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다.
6학년 3반의 89명은 모두 다 내 친구였어. 고등학교 1학년 14반의 52명 역시 모두 내 친구였고. 물론 그중에는 무척 친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1년 내내 몇 마디도 나누지 못한 친구도 있었지. 그래도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교실에서 1년 동안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친구였단다.


‘친구’와 ‘친구가 아닌 사람’?
그런데 요즘 ‘친구’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많이 침통했단다. 친구가 그저 경쟁자일 뿐이고, ‘오늘부터 친구하자’라고 구두 계약 같은 것을 맺어야 비로소 친구 관계가 시작되며, 서로 맘이 맞지 않거나 불편한 일이 생기면 모르는 사이로 되돌아간다니…. 한 교실 안에서 친구와 친구가 아닌 사람들이 섞여서 일 년을 지낸다는 게 나로서는 정말 이상할 뿐이다.
더 안타까운 일은 한 반 학생들 중에서 교회에 다니는 친구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고, 대학 입시로 경쟁을 부추기는 세속적인 분위기 때문에 서로 돕고 섬기는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기도 힘들어졌다는 것이야. 그래도 예전에는 한 반 50명 중에서 많으면 20명 정도가 교회를 다녔는데, 25명이 생활하는 지금은 두세 명만이 교회를 다닌다고 하니 교실 안에서 튼튼한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기는 정말 어렵겠구나.
 
악마의 꾐에 빠지지 않기 위해
친구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 나와는 조금 다르다고 친구로 인정하지 않는 세상, 사이가 조금 틀어지면 친구 관계를 바로 끊어 버리는 세상, 같은 반에 있어도 친구가 아니라 경쟁자라고 믿게 만드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는 존재는 아무래도 ‘악마’인 것 같아.
거짓말쟁이 악마의 이야기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가 쓴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잘 나와 있단다. 신학자이며 작가인 C. S. 루이스는 악마인 스크루테이프가 그의 조카 웜우드에게 보낸 31통의 편지를 이 책에 담았어. 그 편지에는 그리스도인을 속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전략들이 써 있지. 악마의 입장에서 하나님은 원수이고, 성도는 환자라고 하는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십대들이 교실에서 힘을 잃게 만드는 악마의 전략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친구를 경쟁자라고 믿게 만드는 건 틀림없는 악마의 전략인데, 정말 속이 상하는구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통해 악마가 어떤 전략으로 하나님의 자녀들을 아버지로부터 멀어지게 하는지 살펴본다면, 학교에서도 견고한 믿음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