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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신비한 다른 세계가 있다!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Youth&Community Ministry)

고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이에요. 교회에서 열리는 찬양집회에 가는 길이었죠.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강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퇴근 시간이라 버스는 승객들로 붐볐죠. 차창엔 습기가 차올라 비가 쏟아지는 바깥세상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정거장 안내 방송마저 제대로 들리지 않았어요.


신비한 일로 가득한 세계

우여곡절 끝에 폭우를 뚫고 교회에 도착했어요  이미 저녁 7시가 훌쩍 지나 집회는 시작됐고, 1층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2층으로 올라가 굳게 닫힌 문을 활짝 열었는데, “주님 당신은 사랑의 빛”이라는 찬양이 들렸어요. 그 순간 교회 천장이 활짝 열리면서 하늘에서부터 강하고 환한 빛이 교회 본당을 가득 채웠어요. 그 빛은 비를 쫄딱 맞은 저 또한 따스하게 비춰 줬어요. 

환상 같았던 그날의 특별한 사건은 지금까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비를 맞으면서도 가방끈을 부여잡고 찬양집회에 가기 위해 열심히 달린 열혈 청소년을 격려한 하나님의 특별 이벤트였던 것 같아요.


열린 세계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인문학자이자 신학자이며 작가인 C.S. 루이스는 자신의 책 《미라클》에서 ‘자연주의’(naturalism)와 ‘초자연주의’(supernaturalism)를 비교해서 설명하고 있어요. 둘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세계에 대한 이해예요. 자연주의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닫힌 세계’라고 생각해서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신비한 일과 기적 등을 인정하지 않아요. 

반면 초자연주의는 이 세상을 ‘열린 세계’라고 생각해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과 이적, 특별한 징조와 표적 등이 가능하다고 인정해요. 세상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가 같은 세상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해석하게 하죠.

C.S. 루이스는 이런 초자연주의적 생각을 담아 기독교인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기억해야 할 기독교 진리를 우화 형식을 빌려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냈어요. 바로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요. 무려 1077쪽 분량의 《나니아 연대기》는 《마법사의 조카》, 《사자와 마녀와 옷장》, 《말과 소년》, 《캐스피언 왕자》, 《새벽 출정호의 항해》, 《은의자》, 《마지막 전투》까지 모두 총 일곱 권의 책으로 구성돼 있어요. 

처음 출간된 책 《사자와 마녀와 옷장》에서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는 2차 세계 대전의 포화를 피해 런던 교외의 디고리 교수님의 저택으로 가요. 숨바꼭질을 하던 루시는 오래된 나무 옷장에 숨는데, 그때 나니아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죠. 다른 날, 네 명의 남매는 옷장을 통해 나니아로 들어가 그 세계를 탐험하면서 사자 아슬란을 만나요. 아슬란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북쪽 마녀와의 전쟁에서 최종 승리해요. 이 책을 보면 아슬란에게서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죠.

또한 네 번째로 출간된 《마법사의 조카》에서는 나니아의 탄생을 다루고 있어요. 이 책은 《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배경이 되는 나라 나니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악(惡)이 어떻게 나니아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어디에나 있는 우리 세계의 ‘나니아’

《나니아 연대기》는 사람들에게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말해 줘요. 생각해 보면, 신비한 일들로 가득 찬 이 세상은 하나님께서 직접 통치하시는 세상과 맞닿아 서로 교통(交通)하는 게 확실해요. 하나님의 세계와 통하는 문은 친구들의 삶 속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에요. 오늘 친구들이 펼친 <큐틴>이 하나님의 세계로 이어지는 옷장이나 액자, 비상구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