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아주 오래전에 짧은 만화를 본 적이 있었어요. 첫 번째 장면은 두 명의 남자아이가 노는 그림이었어요. 가난해 보이는 아이는 변변한 놀잇감이 없었어요. 반면 부유해 보이는 아이는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아이 주변에는 게임기, 조립식 비행기, RC 자동차 등이 흩어져 있었어요. 두 아이는 친구가 돼 어울려 놀았어요.
삶을 가득 채우는 시간
다음 장면에서 두 아이는 어른이 됐고, 가난했던 친구가 부자였던 친구를 찾아왔어요. 부자 친구는 오랜만에 자신을 찾아온 친구에게 거실 홈 시어터와 LP, CD 음반, 영화 DVD를 보여 주며 원하는 대로 다 가져가라고 말해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친구는 자신의 소장품들을 나눠 주려는 친구에게 “난 네가 가진 물건을 보러 온 게 아니고, 그냥 널 보러 온 거야”라고 말해요. 그러자 부자 친구는 가난했던 친구의 이 말에 고맙다며 눈물을 보이죠.
두 친구의 어린 시절 모습을 담은 장면과 어른이 된 모습을 담은 장면 사이에는 길고 긴 시간이 존재해요. 두 사람의 삶을 가득 채운 그 시간들은 생략돼 있지만,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었을 거예요. ‘시간은 삶이며, 삶은 마음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라는 말처럼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길고 긴 시간은 마음 안에 차곡차곡 깃들어, 지금의 삶을 만들어 내요.
영원을 살고, 시간을 구속하는 사람
20대의 청년 시절을 지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려고 하지?’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면서 도움을 받은 책이 있었어요. 미하엘 엔데의 책, 《모모》(MOMO)예요. 사람들의 시선이 떠난 커다란 도시의 옛 극장 터에는 어느 날인가부터, 자신의 나이가 102세라고 주장하는 모모라는 소녀가 살게 돼요.
마을 사람들은 이 알 수 없는 작은 소녀에게 찾아와 마음을 나누고 고민을 이야기하며 해답을 얻고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요. 모모에게는 나이 든 도로 청소부 베포와 말솜씨 좋은 젊은 관광 안내원 기기(기롤라모)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베포와 기기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졌지만 세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가 있었어요. 바로 모모의 특별한 재능 때문이었죠. 꼬마 모모는 언제나 두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줬어요.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전쟁터와 같은 세상에 평화를 만들어 내요.
그러던 어느 날, 모모의 평화로운 세상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요. 그들은 시간 공장에서 나온 영업 사원인데, 마을 사람들에게 시간이 없다며 ‘효율’과 ‘속도’를 강조해요. 시간을 아끼고 쪼개, 많은 일을 해야만 성공한다고 말해요.
그러다가 한 회색 신사가 모모의 경청 능력 앞에 자신의 영업 비밀을 털어놓고 사라지면서 모모는 회색 신사들에게 쫓기게 돼요. 이 과정에서 모모는 호라 박사와 거북이 카시오페아를 만나 미래와 과거, 현재, 죽음과 같은 시간의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게 되죠.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가기
모모는 역설(逆說)로 가득 차 있어요. 모모의 두 친구는 말 없는 노인과 말을 잘하는 청년이에요. 회색 신사는 모모를 맹렬히 추격하지만, 모모와 거북이는 느긋하게 도주하다가 마지막에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끝’에 서게 되죠.
성경은 “시간을 아끼십시오. 이 시대는 악합니다”(엡 5:16)라고 말씀해요. 공부와 스펙 쌓기로 시간이 없다고 생각될수록 하던 일을 멈추고 현재에 집중해 보세요. 사람과 세상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 보세요. 시간에 쫓기지 말고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