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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진정한 예배자가 되겠어!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교회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주일 아침은 학교에 가는 평일 아침보다 더 정신이 없어요. 학교는 오전 8시까지 등교하고, 교회는 오전 11시까지 가는데도 주일 오전엔 평일보다도 더 시간에 쫓겨요.
사실 나는 그 이유를 알아요. 바로 게임 때문이에요. 토요일은 엄마의 허락을 얻어 공식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날이거든요. 물론 평일에도 간간이 게임을 하긴 해요. 하지만 엄마 몰래 해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할 수 없고, 집중해서 하기는 더 어려워요. 게다가 다음 날 학교에 일찍 가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늦은 밤까지 게임을 하는 것은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에요.


이대로 괜찮을까?
작년 봄에는 꼬박 열흘 동안 새로 나온 게임을 탐닉했던 적이 있었어요.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 정도는 알아야 친구들과 대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가 그만 푹 빠져들고 말았지요.
엄마 몰래 게임을 하다 보면 새벽 네다섯 시는 기본이었고, 밤을 꼬박 새고 학교에 가는 날도 일주일에 삼 일이나 있을 정도였어요. 열흘 째 되던 날, 좀비처럼 수업 시간 내내 꾸벅거렸고, 이마를 책상에 여러 번 박고서야 독한 마음으로 컴퓨터에서 게임을 지울 수 있었어요. 그 뒤로 평일에는 자정 넘어서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있지 않으려 해요.
하지만 게임이 허락된 토요일은 달라요. 저녁 식사 후에 시작한 게임은 새벽 네 시가 돼야 비로소 끝이나요. 잠을 얼마 못 자니 교회에 가는 일 자체가 대단히 피곤한 일이 돼 버렸어요. 하나님이 내게 가장 중요한 분이라고 고백하면서도, 주일예배를 스스로 가치 없게 만드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뿐이에요.


순식간에 끝난 예배
11시가 넘어서야 교회에 도착했고, 청소년부 예배는 이미 시작돼 안내하는 선생님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뒤늦게 자리를 잡고 옆자리에 서 있는 친구를 보니, 지난밤 충분히 자지 못한 기색이 역력해요. 찬양 시간이 끝나는가 싶더니 선생님의 대표기도와 찬양대의 찬양, 목사님의 설교, 헌금, 마침기도와 축도까지 순식간에 지나 예배가 끝이 났네요.
예배와 소그룹 모임까지 모두 끝나고 나니 12시 35분이었어요. 교회 로비에 서서 집으로 갈지, PC방으로 갈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봤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나도 모르게 교회 내 작은 서점으로 걸음을 옮겼어요. 매대 위에 놓인 얇은 책,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를 집어 들고는 단숨에 읽었네요. 나는 ‘푸블리우스’가 되어 글레멘드와 유오디아, 아굴라와 브리스가 등 성경 속 인물들을 만나요. 로마에서 그리스도인의 모임에 참석해 사람들과 식사를 하며 예수님의 만찬 이야기를 들어요. 종의 해방과 관련한 토론 가운데 바울이 보낸 서신을 찾아 읽고 답을 얻기도 해요. 아굴라에게 은사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요. 이 모임은 그 자체로 1세기의 예배였어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1세기 교회의 예배와 방금 전 마친 청소년부 예배와 소그룹 모임, 그리고 예배자로 살아가는 나와 우리에 대해 생각해 봐요. 가슴이 먹먹해지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주 주일, 친구들을 환대하는 일이라면 나도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내겐 무엇보다 하나님과 교회가 가장 중요하니까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