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면 서울에 있는 어느 남자 고등학교의 1학년 학생들이 잔뜩 긴장을 하곤 했어요. 역시나 얼굴을 잔뜩 찌푸린 선생님이 교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면서, 출석 번호 1번부터 10번까지 교실 뒤편으로 나가 엎드리라고 소리를 쳤어요. 호명된 학생들은 일사 불란하게 대열을 갖춰 차가운 교실 바닥에 손을 댄 채 푸시업 자세를 취했어요.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닌 까닭이지요.
진짜 있었던 이야기
선생님은 그저 날씨가 좋지 않아 기분이 나쁘다며 빗자루를 휘둘렀고, 친구들은 엉덩이를 붙잡고 깡충깡충 뛰었어요. 선생님은 열 명 중 다섯 명의 엉덩이를 때리고 나자 빗자루를 바닥에 집어던지곤 학생들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했어요. 교탁 앞으로 돌아온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교과서를 펴고 수업을 시작했지요.
아무 이유도 없이 매를 맞은 다섯 명의 친구들은 불쾌해했고, 가까스로 매를 피한 친구들은 안도하는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워했어요. 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들은 그런 상황에서 그저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데 무기력함을 느껴야만 했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고?”라고 반문할 만한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서울의 한 남자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에요.
지속되는 아픔
돌이켜 보면, 그 시절에는 이상한 일들이 정말 많았어요.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거나 서열을 정리한다고 폭언을 일삼았지요. 규정에 어긋난다며 선생님이 학생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기도 했고, 교문 앞에 몇 시간 동안 일렬로 세워 두기도 했어요. 시험 후에는 성적순으로 이름을 적어 중앙 게시판에 붙여 두기도 했고, 학교에 내야 할 돈을 제때 내지 못한 친구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었죠.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많은 친구들이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잃어버렸고, 그 아픔은 오랜 시간 지속됐어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권리
안타까운 사실은 25년 전과 비슷한 일들이 여전히 학교와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전과 비교했을 때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요.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따라 인간이기에 포기해서는 안 되는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나이나 성별, 학벌이나 직업 등 무엇과도 상관없이, 인간이라는 사실만으로 인정되는 권리가 바로 ‘인권’이에요.청소년도 인간이기에 학교와 학원, 사회와 가정, 그리고 교회에서 절대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인권을 가지고 있어요. ‘인권’은 반드시 보장받아야만 해요.
인권을 아는 청소년 시민
이달에 소개하는 『청소년을 위한 인권 에세이』는 인권에 대한 청소년의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에요. 인권의 개념과 역사로부터 시작해서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청소년의 권리, 인권 감수성으로 살펴본 사회 이슈, 소수자의 소외와 차별받음이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까지, ‘인권’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그리스도인 청소년이자 하나님 나라의 청소년 시민으로서 세계 시민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인권’에 대해 더욱 알게 되길 기대해요.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