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2014년 03월

[음반 소개] 은구0511

과월호 보기 손한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응답하라 1999! ‘사랑해’의 추억
내가 막 고등학생이 되던 해, 뭔가 찌질한(?) 느낌을 못내 지울 수 없던 중등부와 달리, 고등부는 시작부터 아주 신선했다. 고3 언니 오빠들은 대학생 느낌이 폴폴 났고, 모임 인도나 찬양팀, 각종 행사 등을 모두 알아서 척척 해내며, 고등부로 올라온 햇병아리 1학년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주었다.
90년대는 ‘삐삐’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실시간 메신저나 통화가 아닌 그저 삐삐에 음성 녹음을 하는 것이 연락 방법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낭만적인 부분도 있었다. 고등부에 올라와 맞은 내 첫 생일 밤 12시가 되는 순간, 삐삐가 울리기 시작했다. 486586, 17171771, 51470963…다소 부끄부끄한 숫자들과 함께 음성메시지가 계속해서 들어왔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내용을 확인해 보니, 당시 유행하던 축복송과 CCM 찬양들이 메시지마다 녹음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중에 한 곡이 바로 은구의 ‘사랑해’였다. ‘니가 두 눈에 예쁜 미소 지을 때 나 너를 꼭 안아 주고 싶어’ 라는 다소 오글거리는 가사였지만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체 이 노래를 녹음한 사람은 누구란 말이냐!!!
지금도 나는 이 앨범을 가끔 듣는다. 10년이 훨씬 더 지났지만 여전히 모든 노래가 좋다. 당시 신세대들에게 어필할만한 CCM 앨범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오래 전 나의 고등부 시절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하나님 안에서 함께 울고 웃고, 지지고 볶으며 내게 공동체의 의미를 처음 알려준 사람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들 잘 지내고 있으면 좋겠다.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