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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영화 소개] 성장을 위한 상실 - 인사이드 아웃(2015)

과월호 보기 손한나 (다음커뮤니케이션)

오랫동안 살던 동네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온 11살 소녀 라일리는 요즘 신경이 날카롭다. 아빠의 사업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고, 친한 친구와는 멀어져 버렸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보다는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데 더 몰두하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감정을 컨트롤하는 조이(기쁨)와 새드니스(슬픔)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얼핏 보면 꽤 진취적이고 씩씩한 느낌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필연적으로 ‘상실’을 수반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소중하게 여기던 무언가를 자의 혹은 타의로 잃어버리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한 후에야 우리는 조금씩 자라기 때문이다. 그게 최초의 우정이든,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든, 끝내 성취해 내지 못한 무엇이든지 간에, 그 상실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것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라일리의 마음속에서 엉뚱섬, 우정섬이 무너지고 가족섬마저 흔들릴 때, 저 무너진 자리에는 더 다채롭고 성숙해진 섬들이 곧 떠오를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 섬들이 나의 성장과 오버랩되자 마음이 울컥했다. 그동안 무너졌을 내 안의 수많은 섬들, 그때마다 혼란스러워했을 내 감정들… 그 덕분에 나는 이렇게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됐지만 말이다. 혼란스럽고 외로운 성장의 벌판에 서 있는 친구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