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는 은퇴해도 끝까지 제자의 길을 간다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있습니다”라는 글귀처럼 내게는 아직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은퇴가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아직 몇 년은 남아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 남은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받아 놓은 밥상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 달 남짓 지나면 원로목사가 된다. 스물아홉에 교회를 개척한 후 마흔 번의 계절 변화와 함께 세월을 쌓았는데, 지나간 40년이 한 겹 주름으로 접혔다. 때론 날짜 가는 줄도 모른 채 휙휙 스치듯 지나간 시간이었다. 세월은 웃음 지며 다가와 어느덧 턱밑 목에 세로줄 줄지어 세워 놓고 사라졌다. 허송세월했던 것은 아닌데 지난날의 이야기들은 아침 안개처럼 지워진 채로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분주하게 살기도 했지만 즐기면서 사역했다. 아픔도 있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기획
2021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