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성을 벗었더니 평화가 보인다
결혼 전, 친정아버지는 미래의 사위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얘는 연한 배야. 성격이 얼마나 나긋나긋하고 상냥한지 힘주어 씹을 것도 없어. 살살 녹지.” 남편은 연한 배 맛을 기대하며 와지끈 씹었다. 그러나 그 속에 작고 딱딱한 씨들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소리를 절대 하지 않고, 침묵으로 맞서는 고집의 씨앗들이었다. 보다 못한 남편은 나를 가르쳤다. “여보, 자, 미안하다 말해 봐. 이건 분명 당신이 잘못한 거야. 그 말하기가 그렇게 힘들어? 자, 따라해 봐. 여보, 미안해요.” 그래도 나는 땅만 쳐다보면서 입을 꼭 다물고 버텼다. 결혼 7년 만에 남편은 나를 ‘힐러리 김’이라 불렀다. 고집은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었다. 그때마다 남편은 말했다. “여보, 힘들어.” 사춘기 시절, 아버지는 거짓말 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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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2월